2020. 4. 1 수
최종적으로 교수님은 수술을 먼저 하기로 결정하셨다.
오전 6시.
병원의 아침은 시작이 빠르다. 간호사가 오전 중에 수술할 것 같다고 준비하란다. 딸이 못 와서 미안하다고, 의사 선생님을 믿자고 응원 문자를 보내왔다. 항암 먼저가 좋을지 수술 먼저가 좋을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운명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딸 말처럼 의사를 믿을 수밖에.
오전 9시.
수술실로 실어갈 이동 침대와 직원이 왔다. 첫 타임 수술인가 보다. 출발이 좋다. 코로나 때문에 아들은 병실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나만 데리고 간다. 하얀 천장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복도를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한참을 간다. 다시 갈 일도 없어야겠지만 혼자서는 못 찾아갈 만큼 미로 같다.
이전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기실에서 확인 또 확인 절차를 거친다. 다른 점도 있다. 기독교 재단답게 천장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할지니 두려워 말라’
신자라면 많은 힘을 얻고 위로가 될 구절이다. 그래, 오늘도 바깥 하늘은 저렇게 푸르고 예쁘겠지. 저런 하늘을 다시 많이 봐야지. 수술실 풍경도 지난번과 비슷하다. 교수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깊고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수런수런. 아침이 밝은 걸까? 손님이 온 것일까? 저건 남편과 아들 목소리인데? 낯선 여자들 목소리도 섞여 있다. 흐물흐물거리는 몸이 한 치 앞도 분간 못할 안갯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꿈 속인 것 같다. 잠깐씩 꿈 밖으로 나왔다. 아, 맞다, 아침 일찍 수술실로 들어갔었지. 보호자는 한 명만 가능하대서 아들이 대기하고 남편은 출근 했는데... 벌써 저녁? 그럼 수술을 하루 종일? 자꾸만 말을 붙여 오는데 다시 천 길 안갯속으로 빠져든다.
다른 침대로 몸이 옮겨지는 것 같다. 병실로 왔나 보다. 아들이 자꾸 엄마를 부른다.
“엄마, H이모가 엄마 목소리 듣고 싶대요.”
아들이 폰을 귀에다 대준다.
“00아, 고생했대이. 지금부터는 자꾸 자마 안 된다고 말을 붙이라 카네. 내 말 들리나?”
들리긴 하는데 답할 힘이 없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모깃소리로 “응, 그래”만 했던 것 같다.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 침대 위쪽이 약간 세워진 것 같고 몸 여기저기에 호스가 연결된 건 느껴진다. 마취에서 깨어나긴 했나 보다. 다시 살긴 살았나 보다. 진통제 덕분이겠지만 통증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수술을 하고도 이 정도 통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수술을 했고, 하루가 다 갔고, 깨어났고...
쏟아지는 잠 속에서도 어렴풋이 그려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