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2 토
2020년 3월 21일 토요일
잊히지 않는 그날입니다.
퇴근 후 쉬고 있는데 아버지 전화가 왔습니다.
"00야, 놀라지 마라"
직감이라는 게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내용을 안 듣고도 바로 엄마가 아픔을 느꼈습니다.
"엄마 암이란다. 난소암 3기 정도"
다른 말없이 아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병원을 예약하고 제 할 일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하지만, 내가 무얼 하든, 앞으로 무얼 해내든
엄마가 앞으로 5년 뒤에
내 옆에 없을 확률이 80%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 일을 그만두고
수술, 항암 6차 하는 동안 간병했습니다.
그리고 5년간 우여곡절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한 번의 재발도 없이 여기까지 왔네요.
사람이 이렇게 절실할 수 있을까요?
무신론자인데도 불구하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3월 21일 밤부터, 바로 어젯밤까지도 자기 전에 기도를 합니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구요.
제 목숨 10년 떼서 엄마 10년만 좀 주라고
그렇게 무릎 꿇고 빌고, 빌고, 빌고, 빌었는데 들어주셨나 봐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안 올 것만 같아...' 했던
'그날'이, 이렇게 왔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결과는 저의 노력이 아니라
운과 여러 가지 상황 덕분입니다.
(혹여나 자책하실 가족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너무나 운이 좋게,
장액성이라 표준 항암 2차부터 CA125 정상 범위에 들어간 데다,
중간에 한 조직 검사 결과 BRACA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당시 임상은 떨어졌지만 20년도 말부터 린파자 복용이 가능했습니다.
린파자는 한 달 700이 넘는 가격인데, 혈액암협회의 도움이 있었고,
심지어 다음 해부턴 보험이 적용되어 큰 부담 없이 약을 복용했습니다.
평소 건강관리 힘써준 어머니 덕에 린파자 용량조차 줄인 적이 없습니다.
린파자 복약군의 50% 이상이 5년간 재발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5년 전 제 삶을 지옥으로 만든 이 일이 어쨌든 해피엔딩이 되었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후회 없이 최선의 효도를 다한 느낌이 들어 그저 감사합니다.
엄마가 언젠가 돌아가시더라도 부재의 슬픔만 남을 뿐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못 했구나, 효도를 못다 했구나'
하는 생각은 안 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5년간 그 어느 모자도 누리지 못할 법한
많은 시간의 대화, 추억을 쌓아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