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희망은 진행 중

2025. 3. 21 금

by 전해숙

한 달 전, 한국 혈액암협회로부터 안내 문자가 왔다. 암 환우와 가족을 위한 콘서트가 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가끔 있는 행사였지만 저녁 시간인 데다 장소가 멀어 귀가 걱정으로 포기해야 했다. 이번에는 가능하다. 첫째, 잠실 롯데 콘서트홀이라 끝나고 바로 광역버스를 타면 된다. 게다가 목요일이니 휴무인 아들이 동행해줄지도. 셋째, 그 무엇보다도 3월 20일은 특별한 날이다. 우연히 날짜까지 정확히 5년이 되는 날이다. 완치는 아니라지만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하지 않은가. 생업을 접어가며 간호에 매달렸던 아들의 정성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의지를 위로하고자 신이 주신 선물이라 여겨졌다.


관객은 모두 무료로 초대받은 암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지인이다. 팸플릿에는 '암 경험자의 정서적 지지를 위한 고잉 온 콘서트'라고 쓰였다. ' 암 환자'가 아닌, '암 경험자'란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표현 하나에도 신경을 쓴 주최 측의 배려에 시작도 전에 위로가 되었다.

GOING ON! 말 그대로 암 발병 후에도 아름다운 삶은 '계속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글로벌 의료기업 올림푸스한국과 대한 암 협회가 진행하는 사회 공헌활동'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분열과 대립이 극심한 우리 사회 한구석엔, 이렇게 소리 없이 뜻깊은 일을 하는 곳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세 개 층을 튼 콘서트홀은 들어서는 순간, 화려함과 웅장함이 분위기부터 압도했다. 선곡도 클래식, 오페라 아리아,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모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휘자의 말에 따르면 기기를 통해 듣는 음악과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음악의 효과는 다르다고 한다. 곡의 미세 파장까지 그대로 인체에 전달되어 암세포까지 억제할 수 있다고. 과학적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심리적 정신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감동의 물결이 나쁠 리는 없으니까.


무엇보다도 행사의 백미는 지휘자의 고백이었다.

“여러분! 저도 암 환자입니다. 2022년 설암으로 수술한 후, 재발하여 또 수술하고, 1년 후엔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총 세 번의 암 수술을 했습니다. 그해, 의사는 미쳤다고 했지만, 이 콘서트 지휘만은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팔을 덜덜 떨며 지휘를 강행했어요. 제가 무대에 서는 것 그 자체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슴 저 아래서 뭉클한 무엇이 올라왔다. 코끝이 찡해졌다. 그는 하나의 치유 사례를 넘어 이미 희망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내가 간절히 하고 싶었던 역할의 모델이었다. 그 말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희망을 주었을까.

음악회는 기대 이상이었다. 여운에 흠뻑 젖어 나오던 길, 또 한 번 다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젠 나도 그 동행의 길에 나서야겠다고. 함께 간 아들에게 부탁부터 했다. 암 카페에 어미의 근황을 알려 달라고. 5년 전 그 사람은 결국 떠나고 말았을까? 살아있을까? 재발했을까? 얼마나 궁금할 것인가. 소식 자체가 위로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도 아들은 진작에 전했다고 한다. 직접 많은 정보를 얻었던 만큼 나보다 몇 배로 더 고마워하고 있었다.


귀가 버스 안.

카페에 올린 글에 대해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던 아들이 최근에 올린 글이라며 보내왔다. 그 역시 5년 경과의 감회가 벅찼던 모양이다. 지난 시간이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펼쳐졌다. 눈물이 끝없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평생 할 효도를 5년 안에 다한 아들!! 그 정성을 봐서라도 나의 목표 나이, 80세까지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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