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나비 Aug 28. 2023

고슴도치섬 하얀 상사화

상사화 축제


상사화

꽃말 이룰 수 없는 사랑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피어 흔히 만날 수 없는 연인에 빗대어 표현된다.


도 상사화

위도 상사화는 지구상에서 단 이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자생종의 순백색 꽃이며 붉은 꽃무릇 상사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마치 사랑과 이별이 과하지 않을 것 같은 꽃.

백합, 튤립, 수선화와 같이 땅속줄기가 비늘 조각이 겹쳐진 것처럼 된 여러 해 살이 식물이다.  


고슴도치섬 위도. 위도해수욕장 일원에 8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하얀 상사화가 피어난다.

위도의 상사화는 영광의 불갑사와 고창 선운사 꽃무릇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두 곳의 꽃무릇이 불타는 정열의 빨간색이라면 위도의 상사화는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순백색이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상사화는 늦여름에 피고 꽃무릇은 가을이 깊어질 무렵에 펴서 가을을 여는 꽃이라고 한다.


식물 박사도 아니고 세세히 파고 들어가 전문 지식을 논할 필요 없이 아침저녁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섬으로 여행코스를 잡아 느린 산책을 하고 순백색의 상사화를 보고 있노라면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가 달아나고 마음속 행복한 힐링이 될 것이다.  

                            25일  촬영한  위도 상사화


전북에서 가장 큰 섬 위도는 격포에서 약 9마일 거리 배편으로 여객선을 타면 약 50분이 걸린다. 차를 싣고 여객선으로 입도를 하면 배편이 제법 비싼 편이다.


올해 2월 초 위도로 발령을 받아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을 구경하고 경험했다.

바로 지금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리고 있고 지난 8월 초에는 위도 해수욕장 일대에서 호박축제가 열렸으며,  8월 4일에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석한 지구촌 각국의 젊은 학생들이 위도를  방문해 지질공원과 섬 풍경을 구경하고 갔다.  

                                     8월 초 위도 호박 축제장


대한민국의 섬 풍경이야 어디를 가도 절경이지만 섬 모양이 고슴도치를 꼭 닮은 위도는 해수욕장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은 물론 수천 년 세월의 풍상을 겪은 지질암과 공룡알 화석 등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 특히 볼 것이 많다.


섬에 내리면 투어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다소 뻔한 버스기사의 섬의 유래와 전설 지형지물에 관한 각종 관광정보..... 이런 것들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소 비싼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승용차를 가지고 입도해서 여유 있게 섬 드라이브를 즐길 것을 추천한다.

                           새만금 잼버리 스카우트 대회


도보로 섬 한 바퀴를 돌기에는 체력소모도 크고 평소 운동으로 다져져 있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제법 큰 섬이다. (11.72제곱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66.0킬로미터) 자동차로 파장금항에서 해안도로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다.

유네스코 지정 국가지질공원 암석 대월습곡


도보산책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으며 6개월간 섬 생활을 경험해 본 현지인으로서 권하는 최애 투어방법은 백팩에 김밥 한 줄 방울토마토 물 한 병을 챙겨서 섬을 일주하는 자전거 투어이다. 여객선 화물값도 따로 줄 필요가 없고 섬 곳곳의 숨겨진 비경은 물론 중간중간 쉼터에서 간식을 먹어가며 바라보는 서해바다 풍경이 끝내준다.


위도는 어디나 풍경 맛집이라 셔터만 적당히 눌러 되면 작품이 된다.

상사화 군락지이며 일몰이 아름다운 위도해수욕장은 7월 7일부터 8월 15일까지 개장을 했다. 올여름은 장마가 길었고 폭우가 내려 해수욕장 이용객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다.

무형문화재 제82-다호  위도 띠뱃놀이


여름꽃 세계유일의 하얀색 상사화가 피어난다기에 기쁨과 설렘을 안고 25일 아침 일찍 위도 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얼래 웬걸 비가 내려서일까? 하얀 꽃은 아직 해수욕장 인근 군락지에 활짝 피어나지 않았고 손님을 초대하기 에는 다소 민망한 꽃송이가 초라하게 듬성듬성 반겨주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대월습곡


하얀 꽃은 햇볕에 반짝거려야 순백색의 순수함이 더욱 빛이 나는데

올여름 장맛비가 너무 오래 내렸는지 이날 아침 시간에 본 하얀 상사화는 제대로 개화가 되어있지 않고 피어난 자태도 썩 곱지가 않았다.


꽃대는 건강하게 올라왔으나 일조량이 부족했던지 꽃송이가 예년보다 작고 꽃 아랫부분이 짓물러서 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 몇 년 만에 설렜던 마음이 폭삭 무너지고 있었다.

아쉽지만 조물주가 관장하신 자연이 이러하나 별다른 방법이 없다.


순백색의 꽃 위도 상사화를 제때 만나려면 제법 마음을 내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아름답게 개화하는 날을 맞춰 배편을 예약해야 하고 주말보다는 사람이 적게 방문하는 평일 오전 시간이 여유롭게 최적의 꽃구경을 즐길 수 있는 타임이니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

   

                                          소리 화산암


군락지를 돌아보며  위도상사화는 수고와 노력에 비해 꽃이 피는 시기가 너무 짧아 꽃을 실컷 구경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고 자연이고 백색으로 영혼이 너무 맑거나 그 외양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때를 잘 타고 얼룩이 쉽게 묻어나 마음을 다스리고 옷가지를 관리하기가 힘들어진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 내 마음이 백색으로 깨끗하다고 상대방도 깨끗해질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으며 타인의 마음에 약간의 얼룩이 끼여 때론 납득 못할 언행을 일삼아도 백색바탕에 조금씩 끼여있는 무채색의 얼룩들을 보듬고 이해하고 품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가급적 다툼 없이 순리대로 부드럽게.

 


참 질기고 무시무시했던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보내버릴 고운 상사화 전설은 여러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스님이 속세의 처녀를 사랑하여 가슴만 태우며 시름시름 앓다가 입적한 후 그 자리에 피어났다는 설.


 반대로 스님을 사모하여 불가로 출가하겠다는 딸을 억지로 결혼시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살게 해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홀로 애태우다 죽은 여인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설도 있다.

전설이야 어찌 됐든 상사화는 한결같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절절함을 표현하고 있다. 새드엔딩


혹여 위도에 입도하시어 정말 볼 것이 없구나 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 몇 가지 정보 드리고자 한다.

일단 위도 해수욕장에서 뒤편으로 돌아가 약 20분을 걸으면 물이 빠질 때 오시면 볼 수 있는 대월습지가 있다. 밑에서 보면 김밥을 말아 올린 듯 신비스러운 해안절벽이 나온다.  수천 년 세월을 거슬러 켜켜이 쌓인 국가지질 공원 암벽들이 경이롭고 쳐다보고 있으면 그 신비스러움과 고운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23년 5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한참 멍 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곳이다.

 

                  위도 8경 중 하나인  일몰


다음 추천장소는 위도 깊은 금에 있는 내원암 배롱나무 꽃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암자이고 현적 스님이 주지로 계신다.

세존 전과 나란히 자리해 있는 배롱나무는 자태가 미끈하고

한여름 8월 무더위가 시작할 때 꽃이 피어 한 달가량 분홍색 고운 꽃을 보여준다.

배롱나무 나이는 약 300살이다. 부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두었다. 올해 비가 너무 내렸고 고목인 탓에 나무도 아파 꽃이 예년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깊은 금 마을과 대리 사이에 한옥펜션이 있다.

그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모래가 아닌 작은 몽돌들이 깨끗하고 곱다. 눈이 즐겁고 옛 노래 몇 곡 흥얼거리면 수명이 늘어날 것 같은 장소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치도리 치유의 숲.

치도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온통 녹색으로 둘러 쌓여 있고 앞에 펼쳐진 큰 딴 치도와 작은 딴 치도 풍광 또한 무척 아름답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사전 예약만 하시면 무료로 피톤치드를 흠뻑 마셔가며 반신욕과 물침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내원암 배롱나무 꽃


한여름 무더위를 밀어내며 순리대로 다가오는 이 가을. 고슴도치섬 위도에서 빼어난 풍광을 바라보며 섬 한 바퀴를 당일치기로 일주를 하든 민박집과 펜션을 잡아 1박 2일로 여유롭게 등산코스를 따라

위도섬 최고봉 망월봉에서 일출을 보든 당신의 일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오를 것이다.


아~ 참!!  위도 식사할만한 맛집

섬마을 횟집(까칠한 사장님의 손맛이 끝내주며 모든 밑반찬이 일품)

위도 반점(식당이 귀한 곳이라 그냥저냥 먹을 만 함)

그래 그 집(깊은 금에 위치 장어탕이 맛나다)

아리울 식당(뷰가 끝내주고 깔끔하고 커피가 가능)

이상입니다.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 설렘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듯한 가을.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도(고슴도치 섬)에서 놀다 가세요 ^^

 

  





                                       위도해수욕장  상사화

작가의 이전글 그  해삼은 주인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