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경상도 남자

무뚜 뚝의 대명사는 옛말

by 연오랑

최근 경북 출신의 남자들이 화가 단단히 나있다. 권투선수로 치면 링 위에 오르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다. 이는 경북 남자들과 결혼한 여자들이 경기 출신 남자와 결혼한 여자들보다 하루에 68분이나 더 가사노동을 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 공개는 경북 남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락을 사들고 가서 항의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결혼을 앞둔 노총각들은 이 연구결과를 보고 장가가기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 됐다. 내가 경북을 대표하는 남자는 아니지만 내 속이 이렇게 부글부글 끓는데 다른 남자들의 속은 어떻겠는가? 참아 연구교수의 실명은 거론하기 싫다.

이 연구는 그 원인으로 경북지역의 유별난 남아선호 사상을 꼽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의 경우 태아의 성 감별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던 1990년을 기준으로 출생성비가 13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덧붙여 한 주부는 “집안 어른들 영향으로 보수적인 경상도 남편들은 아직도 남자가 할 일, 안 할 일을 구분하고 있다”며 “명절 가사노동을 비롯해 집안일 분담 문제는 부부싸움의 단골 이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싶다. 내 경우를 들어 보면 이 연구는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외동아들로 자랐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집에 어른들이 안 계시면 특히 어머니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방청소며 내가 먹은 그릇의 설거지는 내가 했다.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평일의 경우 퇴근이 늦고 출장이 많아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미안한 마음에 식사 준비며 청소를 내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어지간한 반찬은 옛날 자취하던 총각 때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연년생으로 첫째와 둘째를 낳았기 때문에 밤에 두 아이들이 울어대면 집사람과 교대로 안아 달래며 재웠다. 이 보다 더 이상 집안 살림을 어떻게 돕겠는가? 더구나 나는 경북에서 태어나 자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물론 경상도 남자들이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며 잔정이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일을 등한시한다거나 외면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것이 더 문제다.

한 집안의 가풍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지방의 경우 산이 많고 높아, 벼농사보다는 밭농사를 땔감을 구하려 해도 강을 건너고 높은 산에 올라야 가능했다. 등 달아 산 짐승들도 많아 항상 전쟁을 치를 만큼 싸움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니 남녀의 역할과 하는 일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골짜기 척박한 땅은 산 너머, 강 건너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도 많았고 또 차지하고 싶은 욕망도 많았다. 그래서 삼국통일을 이룩했고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국가도 세웠다. 국난이 닥쳤을 때도 의병을 일으켰고, 6.25 때는 학생들까지 학도병으로 나서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했다. 이는 모두 자연과 환경이 만들어 낸 그 기질에서 나왔다.

물론 경기도와 호남 등 평야를 끼고 있는 지역의 남자들의 기질은 당연히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사느라 경상도 남자들의 기질과는 다르리라 여겨진다. 어쩌면 그 같은 차이는 당연하다. 대신 문화의 세기 21c를 맞아 이들 지역 출신 남자들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예능과 문화, 예술에 이들 지역 남자들이 훨씬 나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남자들은 내심 이 같은 시대변화에 불안감마저 가지고 있는 판에 집안일은 돌보지 않는 미개인(?)으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연구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 가 많은 근무시간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제도적 취약점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집안일을 돕지 않아 여자들이 가사 노동을 더하는 현상을 어찌 지역적 차이와 기질 탓만으로 돌릴 수 있는가 말이다.

반대로 언제부턴가 경상도 지역에서도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아들 낳으면 소달구지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경상도 지역에서 생겨났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조선시대로 치면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 매스컴의 발달로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 실시간으로 경상도로 전달되고 지방 고유의 사투리마저 없어지는 마당에 이 같은 연구결과 발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과 같다. 농촌에는 노총각들이 넘쳐나 색시마저 베트남과 필리핀,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마당에‘ 경상북도 남자’ 타령은 적절치가 않다.

경상북도 남자를 대표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학문연구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발표할 때는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곱씹어 보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경상도 말로‘ 에끼 놈’이라 나무라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필)시는 어디에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