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재환
소문난 중국집에 앉아 짬뽕을 시킨다
옆 테이블을 둘러보니 다들 자장인데
바꿀까 생각하다 줏대가 없을 것 같아 그만둔다
다들 냠냠 짭짭 거리며 먹는데
나는 후루룩하고 먹는다
방금 전 짓다가만 시가 생각난다
다른 시인들은 다들 붉다고 썼는데
나는 푸르다고 썼다
아! 자장면을 시킨 사람들의 표정과
붉다고 쓴 시인들의 표정이 닮았다
만족한 시인들은 자장면을 좋아하고
하루 종일 한 줄도 못쓴 나는 짬뽕을 찾고 있다
어느새 면은 없고 국물만 남았다
양파 오징어 건더기를 건져먹고 맵싸한 국물만 남았다
그릇을 쳐다보니 한복판에 수많은 글자가 떠 있다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콧잔등에 땀이 송송 맺힌다
매콤해 시원한 짬뽕이 그새 시를 썼다
내일 점심도 나는 짬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