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오랑 Jan 13. 2023

#시가 있는 겨울(31)-짬뽕

짬뽕

                             재환

소문난 중국집에 앉아 짬뽕을 시킨다

옆 테이블을 둘러보니 다들 자장인데

바꿀까 생각하다 줏대가 없을 것 같아 그만둔다

다들 냠냠 짭짭 거리며 먹는데

나는 후루룩하고 먹는다

방금 전 짓다가만 시가 생각난다

다른 시인들은 다들 붉다고 썼는데

나는 푸르다고 썼다

아! 자장면을 시킨 사람들의 표정과

붉다고 쓴 시인들의 표정이 닮았다

만족한 시인들은 자장면을 좋아하고

하루 종일 한 줄도 못쓴 나는 짬뽕을 찾고 있다

어느새 면은 없고 국물만 남았다

양파 오징어 건더기를 건져먹고 맵싸한 국물만 남았다

그릇을 쳐다보니 한복판에 수많은 글자가 떠 있다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콧잔등에 땀이 송송 맺힌다

매콤해 시원한 짬뽕이 그새 시를 썼다

내일 점심도 나는 짬뽕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 있는 겨울(30)-그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