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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r 18. 2023

[주재기자에서 대기자 되기]<11> -1검찰과 경찰

2) 검찰

출입처로서의 검찰은 그리 재미있는 곳이 아니다. 한마디로 무미건조한 곳이다. 특히 기자가 취재에 나사면 가장 숨기는 것이 많고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기자들 가운데는 검찰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검찰청은 대검이나 서울시내 검찰청처럼 그렇게 중대사건이 적다. 대부분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의 공소유지에 바쁘다. 하지만 검사들 가운데서도 튀기를 좋아하고, 출세 지향적이며, 실적을 중시하는 풍토가 점점 확산돼 최근에는 기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는 검사들도 많다.

사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검찰 발 기사를 보면 ( ) 속에 검사 직책과 이름이 표기된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실적을 의식한 조치로 검찰 스스로 보도자료에 표기하고 반드시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몇 개월을 수사해 해결한 사건에서 자신의 이름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난 초임시절 한 대 검찰을 자주 들락거렸다. 앞에서 ’ 기관장은 심심하다 ‘에서도 언급했듯이 평검사들은 바쁘지만 지청장은 오후 시간이면 대부분 한가하다. 그래서 방으로 찾아가 장기를 두기도 하고 지역사회가 돌아가는 사항과 현재 관심사항 등을 서로 이야기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몇몇 지청장들과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한동안 유지했고 중앙지검이나 고검으로 승진해서도 한동안 유지했다.

평검사들과도 마찬가지다. 예의가 있고 겸손한 검사들과는 정보를 주고 인지사건 수사를 돕기도 했다. 특히 고발성 기사를 쓴 이후 반드시 복사를 해 건네주고 수사를 유도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기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로 ’ 검사가 촌지를 줄 수도 없고, 대신 사건으로 신세를 갚는다 ‘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큰일 날 소리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감사에게 융통성이 상당 부분 있었다. 검사들도 좋은 정보를 줘 수사실적을 올리면 사소한 것은 말하라고도 한다.

물론 검사와 좋은 관계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역에 주재하는 기자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검사들에게는 가끔씩 뜨끔한 맛을 보여줘야 할 대도 있다.

내가 기자 3년 차 즉 피가 펄펄 끓었을 때 이야기다. 경주 용강공단 내에 꽤 규모가 큰 자동차부품 협력사에서 독극물을 흘려보내 형산강을 오염시킨 적이 있었다. 이 회사대표는 중앙언론사 출신이며 지역의 상공회의소에서도 회장단이었다. 그의 입김이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는 사회면 톱기사로 현장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물론 타 신문은 다 손을 썼는지(?) 잠잠했다. 나는 몇 차례 후속기사와 함께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검찰에서도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으나 수사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난 또 기자수첩 형태로 따끔한 기사를 썼다.

알다시피 환경오염 기사는 시청의 공무원이 인지하는 순간 벌써 입건이 된 것으로 본다. 공무원에게도 1차 단속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건이 된 사건을 가지고 피의자를 소환하가나 구체적인 조사를 않고 미적 되고 있었다. 난 이점을 지적하며 수사의지가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 검사가 위선에의 질책을 받았는지 밤 11시에 집으로 전화해 온갖 소리(?)를 다 했다. 물론 나도 온갖 소리(?)로 마도 받아쳤고, 난 그 대화를 모두 녹음했고 통화 말미에 녹음된 사실을 환기시켜줬다. 다음날부터 그 검사가 날 대하는 태도는 상상에 맡기겠다. 시골 기자를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 케이스가 아닐까 한다.

검사들과도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 지를 잘 알면 충분히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다. 그들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세상이 됐다는 점을 잘 활용하면 된다.  

감찰청 역시 사건 발표가 없더라도 오전 중에 검사들 방을 한 바퀴 돌며" 뭐 좋은 거 없습니까?" 하고 문안인사(?)하면 서로 대화하는 기회가 생기고 정보도 남들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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