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재환
물길이 들고나는 길목
가리비와 조개껍데기에 의지한 체 시들시들 조는 한낮
카사노바는 남해와 서해 여기저기를 탐색한다
애 띤 추위가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11월이면
남해의 하얗고 통통한 굴이 뱃전으로 툭툭 뛰어오른다
어부의 노동요가 어느새 양식업자의 흥으로 바뀌는 오후
중얼중얼 양식이라기보다는 자연 닮은 굴을 캐낸다
굵고 실한 놈들은 물속에서는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얼굴 내밀고 깊은 날숨을 내 쉰다
어부가 지나간 고랑마다 초겨울이 내는 길인지
인고의 세월이 내는 길인지 하얗게 길을 연다
그래 이쯤이면 바다의 우유라는 훈장을 받아도 무방하다
흰 옻을 벗어던지면 어떻고 입고 있으면 또 어떠랴
남해가 싫증 날 즈음 서해의 줄 선 꼬챙이들이 반긴다
서해 갯벌의 굴들은 힘든 성장 통을 겪는다
물이 들어올 때는 먹지만, 물이 나갔을 때는 굶는다
마치 어머니의 태반과도 같은 갯벌이다
굴은 이력서를 들고 스무 군데도 더 기웃거린
호남청년, 영남 청년들에게 한 끼 찬거리가 될 것이다
적어도 그 밥상 위에서는 ‘자넨 어디 출신인가’ 묻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