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느 유커(遊客)에게

I, m terribly sorry , Mr...

by 연오랑

어느 누구나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5년 전쯤에 내가 그런 일을 겪어 지금까지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최근에는 사드 여파로 조금 뜸해졌지만 얼마 전가지만 해도 제주도와 서울 명동은 물론 전국의 유명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遊客)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내가 사는 포항지역에도 몇 년 전부터 유커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몇 년 전, 당시 안사람이 포항공항에서 선물코너를 운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김포행 첫 비행기 시간에 맞춰 문을 열어야 하기에 안사람은 항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다. 그래서 오후 시간이 되면 항상 눈에는 잠이 와, 없던 쌍꺼풀이 생길 정도로 피곤해했다. 이런 일상은 일기가 좋지 않아 결항이 생기는 날 이외는 365일 언제나 계속됐다.

그래서 내가 쉬는 금, 토요일에는 몇 시간씩 교대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고생시키는데 대한 안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달콤한 보너스와 같은 휴식시간이다.

그날도 주말이었다. 승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낮 시간 대에 가게를 보게 됐다. 매번 가게를 볼 때면 느끼는 일이지만 나는 손님을 응대하는 요령도, 자세도 낙제점에 가까워 그때마다 직업을 상업으로 택하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비록 가게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되고 있는 물건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확한 생산지역, 용도, 사용법 등을 몰라 손님이 질문이라도 던지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오후, 제주도로 떠나는 첫 비행기 시간이었다. 그날따라 그 비행기에는 중국인 승객들이 많았다. 아마도 단체 여행객들인 것 같아 보였다.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가게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주로 홍삼제품과 휴대폰 액세서리류를 찾았다. 한마디로 싹쓸이를 하고 지나갔다.

한숨을 돌리고 있는 차에 한 명의 중국인이 허겁지급 달려왔다. 그 중국인은 다른 중국인들과는 딜리 영어를 꽤 유창하게 구사했다. 덕분에 짧은 영어실력을 가진 나였지만 쉽게 응대를 할 수 있었다. 가게를 둘러보던 그 중국인은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로 무엇이 좋겠느냐며 물어왔다. 나는 계절이 가을철에 접어들 때라 스카프를 권했다.

그는 “이 제품은 한국산입니까? 중국산은 아니죠?”라고 물었다. 계산을 하면서도 그는 다시 한번 한국산이 틀림없느냐고 물었고 나는 자신 있게 “우리 가게에서는 중국산을 취급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카프 하나와 골무 세트를 구입해 서둘러 탑승구로 달려갔다.

잠시 뒤 집사람이 가게로 나왔다. 판매한 물건과 돈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스카프가 떠올라 집사람에게 물었다.

“이 스카프 국산 맞지?”

그러자 집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니에요. 이 스카프는 중국산이에요. 여기 보세요. 디자인 한국, 생산 중국”이라고 돼 있잖아요? “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앞이 깜깜했다.

“뭐라고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내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집사람은 “요즘 한국에서 만드는 섬유 제품이 몇이나 된다고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졸지에 그 중국인 관광객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하루 종일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 여자 친구에게 한국산 스카프라며 당당하게 선물을 내밀었을 것이다. 하지만 곧 부착된 제품설명서를 본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 안경 낀 한국 남자가 나를 속였구나!”하며 말이다.

나도 가끔 관광지에 갔다가 속아 선물을 구입한 것이 밝혀지면 억울하고 괘씸하기까지 했는데 내가 그런 사고(?)를 치게 되다니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잠시 스쳐간 그 중국인 관광객을 다음에 마주치더라도 알아보리라는 보장도 없고, 십중팔구는 만날 기회조차 없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지금은 공항 선물코너도 그만둔 상태인데 말이다.

선물가게나 중국인 대상으로 하는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런 거짓말을 하는 한국인은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나 같은 바보짓은 하는 사람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중국인 관광객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때의 실수가 떠오른다. 덕분에 나는 물건을 살 때마다 부착된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머지않아 사드 보복은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들도 다시 몰려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놓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마음자세로 다시 이들을 맞을 것인지 스스로를 점검해 볼 때다.

공항 앞을 지날 때마다. 하늘에 두 줄을 그으며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I, m terribly sorry , Mr... “

* 이 글은 2013년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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