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오랑 Apr 10. 2023

[주재기자에서 대기자 되기〕-<23> 특종이라는 것

22. 특종이라는 것, 해본 사람이 또 한다

기자는 특종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밥도 매일 먹어야 하지만 간혹 맛있는 소고기도 먹어야 하듯 매일 기사라는 밥을 먹지만 간혹 특종이라는 소고기를 먹어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가 기자생활을 하면서 근무지를 경주로 택한 것은 순전히 특종 욕심이었다.

경주 남산 열암골의 넘어진 부처 발견 기사는 카페에서 발견자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취재한 결과다. 지역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모여성 연구원이 발견했는데 스트레이트 기사는 물론 발견의 뒷이야기까지 인터뷰기사로 내 보내 주목을 끌었다. 

또 기자실 옆방인 공보실에 복사를 하러 들렀다가 공보실 차석이 이침부터 컴퓨터 시스템오류로 예산집행이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시스템 프로그램이 얼마 전에 바뀌었는데 잘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뒤 다른 기자들 몰래 회계과에 들렀고 시스템 변경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즉시 행안부 담당 부서와 공보담당관과 통화해 행안부가 최근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전국지자체의 예산 결재 시스템을 통합했고 이 프로그램이 자주 오류가 발생해 지금 보완해 가는 과정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 기사는 ’ 행안부 100억 넘게 들여 구축한 결재 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제목으로 사회면 톱기사로 나갔다. 경주시 공보실은 내 기사로 며칠간 곤욕을 치른 눈치였다.

 특종이 반드시 근무지에서만 터지는 것은 아니다. 기자는 항상 촉을 열어 놓고 일반사람들의 대화를 들어야 한다.

우연히 식당 옆자리에 앉아 식사 중인 해병대전우회 회원으로 보이는 분들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동기 중 한 분이 전역 후 강원도 양구로 귀촌해 사과과수원을 한다고 했다. 더구나 이 동기는 최근 필리핀에서 양구로 시집온 12명을 양딸로 삼아 딸부자가 됐다고 했다.

나는 바로 촉을 발휘했다. 2가지가 나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하나는 12명의 필리핀결혼여성을 수양딸로 삼은 것과 그 추운 양구에서 사과과수원을 한다는 점이었다. 즉시 외지 출장취재 보고를 하고 양구로 출발했다. 5시간을 걸려 도착한 양구에서 만난 그분은 몇 년 전 딸을 잃은 사연과 그래서 그 딸을 생각하며 양구에 살고 있는 필리핀 결혼이민자 모두를 수양딸로 삼았다고 했다. 또 기후변화로 사과의 생육조건이 양구에도 맞을 것 같아 시범적으로 사과와 복숭아를 심어 봤는데 복숭아는 실패하고 사과는 성공해 최근 3천여 평으로 과수원을 넓혔다고 했다. 작년부터 첫 수회ᅟ각을 했는데 추운 날씨로 아래지방보다 농약 사용량이 현저히 줄고 당도와 크기도 좋아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 독점 계약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기사로 사과의 생육 북방 한계선이 최북단인 양구까지 올라왔다는 보도가 줄을 잇게 됐다.

물론 박스가사로 나간 수양딸 기사는 KBS ’ 러브인 아시아‘ 작가가 보고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해 촬영 후 방영됐고 연말 특집 편으로도 또 한 번 출연해 2번의 방송 출연을 하게 됐다.

특종 소재는 대부분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다. 많이 알려진 사건은 다른 기자들도 알게 되기 때문에 특종이 될 수 없다. 지나가는 한마디를 촉으로 구분해 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특종도 해 본 사람이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그 촉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해야 유능한 기자. 민완기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향상 귀를 열고, 코로 냄새를 맡는 기자가 돼라.          

작가의 이전글 [적계지에서 온 편지]-(6)봄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