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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pr 11. 2023

#시가 있는 봄(74)-흥

  흥

                   재환 


뒤주에 쌀 떨어지는 지경이 돼도

나는 이른 아침 흥을 줄 세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깨에 무거운 삶의 짐이 짓눌러도

나는 그것을 털어내고 대신 양 어깨에 흥을 얹었다

어깨와 고개, 또 어깨가 물결 치 듯 흐른다

고수의 장단이 아무리 세차 져도 

나의 흥은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얼쑤, 추임새가 점점 리듬감을 찾아간다

내 어깨도 덩달아 힘을 빼고 손가락 끝까지 흥을 전달한다

나의 양팔은 학의 날개처럼

다섯 손가락은 깃털처럼 나부낀다

흥을 먹고 자란 육체는 힘이 불끈 솟는다

초야를 치를 때처럼 남근도 불끈 솟는다

흥이 만병통치약이다     

흥이 가라앉았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얼~쑤 좋구나

흥이 어느새 내 몸속 피가 되어 돈다

흥이 나를 두근거리게 하고, 흥이 나를 깨운다

흥이 나의 들숨과 날숨을 지배한다     

결국 그놈의 흥이 나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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