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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pr 16. 2023

#시가 있는 봄(79)-백일홍 연가

백일홍 연가 

                재환

그대 산사가 그렇게 마음에 들든가요

아예 출가를 하시지 그랬어요

염불을 외우느라 스님은 돌아보지도 않던가요

백일동안이나 그렇게 오래 유혹했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건 

아마도 스님이 득도를 한 때문 일거예요

그럼 일찍이 포기하고 하산하세요

어느 마음씨 좋은 양반댁 정원에라도 떡하니 자리 잡으세요

그대의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 선비들에게 무척 대우받을 거예요

그렇다고 누가 와서  그대를 터치하면 

‘안 돼요’하고 거절하세요

그대는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 거잖아요

원숭이에게도 미리 주의를 주세요

미끄러져 다치면 그대가 업어 돌봐 주어야 하잖아요

그대 내게 자태를 뽐내고 싶어도 너무 오래 꽃을 피우지 마세요

백일이상이나 피어 있으면 나는 헤어지기 싫어질 테니까요

우리 내년에도 만나요

나는 더 우람해지고 그대는 더 뽀시시 해져서

친구보다 눈빛만 보면 설레는 연인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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