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재환
그녀를 머물게 하는 비가 반갑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곧장 버스를 타고 떠났겠지
그럼 나는 그림자가 긴 포장마차에 앉아
지난날의 추억을 빈병처럼 줄 세우고 있겠지
그동안 나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안주 없이 깡소주만 마시고 있겠지
옥탑 방 패널지붕이 콩 볶는 소리에 요란하다
바람은 지휘를 하고 빗줄기는 춤을 춘다
장마 막바지에 오는 세찬비가 반갑다
내가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분명 비가 안 보내는 것이다
밤하늘이 쩍쩍 갈라지는 번개와
천둥소리에 놀란 그녀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익숙하지 않은 몸놀림이다
그녀는 비를 잉태하고 여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