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오랑 Apr 26. 2023

#시가 있는 봄(84)-그녀는

그녀는

                재환

그녀를 머물게 하는 비가 반갑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곧장 버스를 타고 떠났겠지

그럼 나는 그림자가 긴 포장마차에 앉아

지난날의 추억을 빈병처럼 줄 세우고 있겠지

그동안 나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안주 없이 깡소주만 마시고 있겠지     

옥탑 방 패널지붕이 콩 볶는 소리에 요란하다 

바람은 지휘를 하고 빗줄기는 춤을 춘다

장마 막바지에 오는 세찬비가 반갑다

내가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분명 비가 안 보내는 것이다     

밤하늘이 쩍쩍 갈라지는 번개와

천둥소리에 놀란 그녀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익숙하지 않은 몸놀림이다

그녀는 비를 잉태하고 여인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 있는 봄(83)-고래의 희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