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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pr 24. 2023

#시가 있는 봄(83)-고래의 희망

고래의 희망

                   재환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동해바다

해초 가득한 그곳엔 늘 호기심 가득한 귀신고래가

뭍을 기웃 거리며 환생을 꿈꾼다

몽돌해변에 앉아 젖을 물리는 해녀를 볼 때면

젖 뗀 새끼에게 또 젖을 물리며 시샘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고래가

등대 불빛 신호등 삼아 

미역 밭 보금자리 삼아 

일몰과 生과死의 경계도 구분 못하고

저녁노을에 취해 노래만 부른다

물안개가 걷히고 

옆집 해녀에게 젖동냥해 키운 아이들이 

발가벗은 체 멱을 감으면

고래는 다가와 저도 미역을 감는다

또 그렇게 구애를 한다

그믐날 고래는 

스스로 그물에 걸려 어부의 포로가 된다.

어부의 손에 해체되어 인간세상으로 나온 고래는

그렇게라도

인간과 친구가 되고 싶은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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