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희망
재환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동해바다
해초 가득한 그곳엔 늘 호기심 가득한 귀신고래가
뭍을 기웃 거리며 환생을 꿈꾼다
몽돌해변에 앉아 젖을 물리는 해녀를 볼 때면
젖 뗀 새끼에게 또 젖을 물리며 시샘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고래가
등대 불빛 신호등 삼아
미역 밭 보금자리 삼아
일몰과 生과死의 경계도 구분 못하고
저녁노을에 취해 노래만 부른다
물안개가 걷히고
옆집 해녀에게 젖동냥해 키운 아이들이
발가벗은 체 멱을 감으면
고래는 다가와 저도 미역을 감는다
또 그렇게 구애를 한다
그믐날 고래는
스스로 그물에 걸려 어부의 포로가 된다.
어부의 손에 해체되어 인간세상으로 나온 고래는
그렇게라도
인간과 친구가 되고 싶은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