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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y 01. 2023

#시가 있는 봄(87) 근로자

 근로자

                              재환 

처마와 감나무사이를 연결해 놓은 빨랫줄에

잿빛 근로자가 매달려 있다


출근길엔 희망을

퇴근길엔 피로를

주머니마다 가득 채워주던

푸른색의 근로자가

외줄에 매달려 휴식하고 있다


덕장의 오징어처럼 사지 벌리고

초라하게 매달려 있지만

오늘 하루 그는 

철학관에서 지은 네 이름보다

더 나를 대신했다


집에 돌아 온이 모두 넋 놓고 쉬고 있지만

공장 먼지도 머금고

세상사람 편견도 머금고

깡마른 마누라 핀잔까지 머금은

빛바랜 작업복을

혼자돌기도 힘겨운 할부 세탁기에 넣고

힘차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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