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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y 02. 2023

#시가 있는 봄(88) 묻지 마 범죄

 묻지 마 범죄

                    재환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고가 언어를 규정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표현 방식대로 생각도 할 것이다     

조간신문에 ‘묻지 마 범죄’가 보도됐다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방화·살인 범죄다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는 범죄였기에

묻지 마 범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묻지 마’라는 표현에 나는 반대한다

그 어감 뒤에 가려 사건의 실체는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유의 참담한 범죄는

어차피 원인을 알 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다  

굳이 분석하고 대응 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이건 분명 사회적인 책임회피다     

피해자를 떠져보면 언제나 연약한 여자이거나 청소년이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기에 쉽게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혹시 그 이면에는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 

그리고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탓은 아닐까     

만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이듯이

모든 묻지 마 범죄의 원인은 불공정이다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공동체적 신뢰의 회복만이 치료약이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떠밀어내 

홀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껴안을 방법은 없을까?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상생이, 

구름이 흐르는 저 하늘 위에서는 잘도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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