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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y 04. 2023

#시가 있는 봄(90) 고래와 갯바위

고래와 갯바위

                재환

동해에도 간만의 차는 있다

특히 외할머니의 바다에는 그 차가 크다

저녁노을이 질 즈음

할머니가 대나무 소쿠리를 옆에 차고 바다로 나가면

숨어있던 바위들이 나타나 할머니를 맞이한다

마치 신하들이 왕을 기다렸다 맞듯     

할머니는 갯바위 위에서는 언제나 열다섯 처녀로 변한다 

이 바위 저 바위를 옮겨 다니며 해초도 따고 홍합도 딴다

간혹 군소도 잡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는 역시 해녀다

어느 날 할머니는 갯바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그것을 타고 할아버지를 따라 바다 멀리로 나갔다 

목격자들은 고래 등을 타고 떠났다고 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동해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것은 우연히 아니다

해가 뜨는 동쪽 그 끝에는 넓은 세상이 보인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왕이 되고

할머니는 왕비가 되어 오늘도 세상을 호령하신다

인자하신 얼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정

무엇보다 당신을 닮아 내가 더 정감이 간다는 외할머니

그 할머니의 행적을 찾아 갯바위를 뛰어다니고 있다     

곧 동해를 유영하던 고래가 도착할 것이다

나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고래 등을 타고 나가 대양을 유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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