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안기며
재환
살랑살랑 솔 향이 내 코끝을 스친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은 화답한다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유두 닮은 상수리 열매가 이슬 떨구며 유혹한다
밤새 숲 속 소나무는
꼬박 밤샌 나를 마중하려
비틀어진 몸을 더 비틀어 자기의 내음을 짜낸다
어두운 내 방 창문 여는 소리를 밤새 기다렸을까
품었던 향을 황급히 줄 세워 내게 보낸다
햇빛이 침엽수 바늘 되어 따갑게 찌르는 정오
솔 향의 유혹은 짙어지고
미처 정돈하지 못한 내 삶의 가쁜 숨도
그제야 진정된다
얼마나 걸었을까
내 몸은 어느새 도래솔과 어울려
대화를 하고
청설모와 까치는 숨죽여 청중이 된다
내 병력(病歷)을 모두 알고 있는
숲에 살포시 안기면
첫사랑 품 같은 숲은
농익은 붉은 잎 하나 떨구며 내 등을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