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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y 29. 2023

#시가 있는 봄(104) 숲에 안기며

숲에 안기며


                   재환    

살랑살랑 솔 향이 내 코끝을 스친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은 화답한다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유두 닮은 상수리 열매가 이슬 떨구며 유혹한다

밤새 숲 속 소나무는

꼬박 밤샌 나를 마중하려 

비틀어진 몸을 더 비틀어 자기의 내음을 짜낸다

어두운 내 방 창문 여는 소리를 밤새 기다렸을까

품었던 향을 황급히 줄 세워 내게 보낸다

햇빛이 침엽수 바늘 되어 따갑게 찌르는 정오

솔 향의 유혹은 짙어지고

미처 정돈하지 못한 내 삶의 가쁜 숨도

그제야 진정된다

얼마나 걸었을까

내 몸은 어느새 도래솔과 어울려 

대화를 하고

청설모와 까치는 숨죽여 청중이 된다

내 병력(病歷)을 모두 알고 있는

숲에 살포시 안기면

첫사랑 품 같은 숲은 

농익은 붉은 잎 하나 떨구며 내 등을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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