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 아니라 여성 인재를 뽑는 대회
“2015 미스코리아 진, 이 00”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미인을 뽑는 ‘2015 미스코리아’가 열렸다. 이 대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나는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후보로 나선 면면을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훌륭한 재원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아 흐뭇하다. 미스코리아 후보를 보고 흐뭇해한다니(?)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이 주책이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인연이 있다. 마누라가 미스코리아 출신도 아니요 딸이 미스코리아 출신도 아닌데 무슨 인연(?)이냐고 묻겠지만 내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한 때 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온 힘을 쏟았던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난 한국일보 재직 시에 미스코리아 본선대회는 아니지만 3년여 동안 ‘미스경북 선발대회를 담당한 적이 있다. 2007년 행사와 2008년 행사는 온전히 그리고 2009년 행사는 준비 작업에 관여 한 바 있다. 물론 2006년, 요즘 뜨고 있는 이하늬가 출전한 본선대회에서는 후보와 스텝 등 80여 명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행사를 준비하는데 관여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본선은 지역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미녀들이 약 1개월 동안 합숙을 하며 결전의 날을 준비를 한다. 그 과정 중에는 주요 관광지나 협찬사 및 군부대 방문, 어느 해는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 등 해마다 다른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다.
내가 몸담았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역 대회치 고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다. 일종의 본선대회에 앞선 리허설 개념으로 진행돼 한국일보 본사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다. TV에 생방송까지 추진하니 대회가 커질 수밖에...
바로 이 지역 대회를 3년간 맡아 왔으니 고생과 보람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약 1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에는 TV 방송 중계료, 20여 명 후보들이 1주일 동안 먹고 자고 연습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개최지 주민들과 기관장들을 초청해 진행되는 전야제 개최비용, 초청 연예인 출연료, 무대 설치 비용, 홍보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지역 담당 기자는 바로 이 비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2007,2008,2009 대회는 연속해서 경주시에서 열렸다. 이처럼 한 도시에서 연속적으로 열린 경우는 전에 없던 일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없을 듯싶다. 왜냐하면 미스코리아 대회는 제대로 된 축제가 없는 도내 23개 각 시군을 돌며 펼치는 문화사절 역할을 하는 것이 행사 개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3년 연속 개최는 순전히 나 개인의 고집과 뚝심이 맺어진 결과였다. 경주를 위해 무엇인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과 개인적으로 이 같은 미인대회를 반복해서 개최해 봄으로서 향후 문화행사 기획자로서의 확실한 자리 메김이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우선 3년 연속 개최는 당시 경주시장이었던 백 00 시장과의 의기투합 때문이었다. 나는 경주에서 매년 개최되던 ‘술과 떡 잔치’의 흥행을 보증한다고 큰소리를 쳤고, 백 시장은 적은 비용으로 축제 흥행을 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 결과 매년 3천만~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 밖에 ‘신라 밀레니엄파크’ ‘농협’ ‘대구은행’ ‘태영’‘월성원전‘등 굵직굵직한 기업을 나만의 노하우(?)로 참여시킨 바 있다.
지역 예선 대회는 본선 대회가 1개월간 합숙을 하며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1주일간 합숙을 하며 대회 준비와 협찬사 방문 등을 모두 마쳐야 한다. 한마디로 강행군이다. 미스코리아에 출전하려면 우선은 체력이 좋아야 한다. 1주일 동안에는 어지간히 먹어도 체중 조절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다는 반증이다. 또한 대회 출전과 관련해 일반인들은 오해를 하는 부분도 많다. 그 첫째가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비용이라고 해봐야 50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그것도 나중에 대회 출전 기념이 되게 개인별로 제작해 주는 기념 앨범 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머리 손질과 메이컵, 의상 등은 대부분 지역의 대학 관련학과와 의류업체, 한복업체( 2007년에는 박술녀 한복의 협찬을 받은 바 있다)의 협찬을 통해 해결한다. 또한 이동과 행사 시 경호 업무도 마찬가지다.
후보들과의 동고동락은 돈독한 정을 쌓이게 한다. 1주일간 같이 생활하다 보면 미스코리아 후보인지 여동생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물론 미인에 대한 환상이 깨진 아쉬움은 있지만 사회진출을 위한 한 방법이구나 생각하면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녹초가 된 후보들을 깨우다 보면 화장기 없는, 눈이 뚱뚱 부은 모습도 봐야 하고, 속옷만 입고 저희들끼리 엉켜 잠든 모습도 봐야 한다. 한창 연습 중에 갑자기 생리를 시작해 생리대를 싸러 달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필 촬영과 단체 촬영, 방송에는 안 나가지만 수영복 심사를 위해서는 일주일 내내 수영복 차림을 봐야 한다. 한밤중에 끙끙 앓는 환자가 발생해 응급실로 달려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연습 중에 쓰러지면 업고 달려야 한다. 이런 와중에 무슨 미인 타령을 하겠는가?
미스코리아 대회 방송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새롭다. 게 중에는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한다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녀석들도 있다.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아이들은 모두 머리가 비어 있다는 말은 옛말이라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 금나나와 아나운서 서현진, 그리고 연예계에는 이름난 스타들 중 미스코리아 출신이 많다. 얼굴과 몸매만 예쁘다고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예선만 해도 2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하루 종일 면접을 통해 수십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옥석을 가린다. 미인을 뽑는 대회에서 여성인재를 뽑는 대회로 변모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타 지역 예선은 몰라도 대구경북 예선만큼은 그런 여성 인재를 뽑는 대회로 정착돼 해마다 본선에서도 미스코리아를 배출하고 있다.
미인들. 미스코리아 후보들과의 1주일, 내게는 또 하나의 추억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