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터가 좋은가 봐요

풍수는 과학입니다

by 연오랑

“터가 좋은가 봐요”

이 말은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앞을 지나다가 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갑자기 ‘웬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이 단순히 미신이 아니라 풍수라고 감히 정의한다.

먼저 우리 집터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사한 지가 18년째인 우리 집은 남향의 집이다. 남향집을 짓는 이유가 다 그렇듯이 사철 햇볕이 잘 든다. 겨울철에도 해만 뜨면 볕이 가득 들어 집안이 금세 따듯한 온기가 흐른다. 뿐만 아니라 일찍 밝아지는 집 구조상 늦잠을 자는 경우가 드물고 식구들이 하나같이 부지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가 우리 집은 골목길보다 약간 지대가 높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약간은 올려 다 보아야 하는 집터다. 그래서 문을 열어 놓아도 집안이 보이지 않아 현관문을 하루 종일 열어놓고 있어도 사생활의 침해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반대로 거실이나 마당에서 보면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이나 차량들이 아래로 보이고 소음도 적다. 집의 전면에는 300여 m 떨어져 빌라 건물이 있으나 시야를 완전히 가리지는 않고 나지막한 동네 앞산이 보인다.

풍수를 혹자는 미신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과학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풍수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연구하고 추구하는 학문이라 말하고 싶다. 예컨대 풍수에서 가장 좋은 터로 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형의 집터의 경우 뒤가 높고 앞이 낮아 물 빠짐이 좋고, 사방에서 감싸니 바람을 막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늑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 특히 우리 집의 경우 바로 옆에 봇물이 흐르던 봇도랑이 있어(지금은 봇물이 끊겼지만) 지금도 비가 내리면 배수로를 타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마치 계곡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문화유산 건축물의 대부분이 풍수로 인해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집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우리 집을 ‘집터가 좋다고’ 표현하는 데는 동네 사람들이 풍수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딸아이 2명이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하고부터다.

시골 면소재지 소재 고등학교에서 그것도 인문계와 실업계가 공존하는 종합고등학교에서 서울대를 보내고 또 2년 뒤에는 서울교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개천에서 용이 난’ 경우인데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바로 ‘집터가 좋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내외가 여느 시골 아이들처럼 아이들을 위해 별다른 투자를 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당연히 입시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일은 엄두 도내지 못할 가정형편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확신을 가지는 듯하다. 특히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며 닦달을 한 적이 없고 방임하다시피 아이들을 키운 사실은 이미 소문이 난 터였다.

우리 집터에 대해 동네 사람들도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전 주인의 아들들도 큰 성취를 이룩했다는 점이다. 큰아들은 서울대를 나와 박사학위를 따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고, 또 한 아들은 대기업에서 간부로 재직 중이다. 시골에서 이만한 인재를 배출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집터는 분명 명당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고의 집터로 회자되고 있지만 나는 감히 동네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사실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바로 딸아이들의 피나는 노력이다.

어려운 집안 사정과 여건 속에서 끈기와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 부부는 잘 안다. 중학교 시절 그저 평범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1학년 때보다는 2학년이 2학년 때보다는 3학년 때 성적이 더 좋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에는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칫 동네 사람들의 피상적인 평가가 딸아이들에게 자신들이 한 노력이 묻히는 것 같아 염려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모두들 건강하게 자랐고 ‘집에 가끔씩 들릴 때마다 건강한 기운을 느낀다’는 아이들의 평가가 있고 보면 분명 우리 집터는 명당임에 틀림이 없다.

‘터가 좋다’는 이야기, 그냥 가볍게 듣고 넘길 일이 아니라 이사를 할 때, 산소를 정할 때, 집을 지을 때, 집안 가구를 옮길 때 가급적 참고를 하면 좋을 듯하다. 풍수는 과학임이 점점 더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 집을 보듬어 주고 있는 지신(地神)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 이 글은 2014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우리 집은 2017년 연일 택전리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곳 또한 명당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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