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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감미 Aug 25. 2021

낯선이와 공통점 찾기

뉴스아님 미니 첫번째

낯선이와 공통점 찾기

<갤럭시폰 메모장을 뒤적거리며>


-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액자에 꽂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시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는 아저씨를 봤다.

- 나도 지하철 문에 적힌 맘에 드는 시 자주 찍는데.



- 지하철에서 구찌 양말을 신고 계신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아 졸고 계신 걸 본 적이 있다.

- 나는 오늘 짝퉁 칼하트 후드 집업을 입었다.

(구찌양말이 정품이 아닐 것이라는 건 편견이려나)



- 신호등 앞에서 만나 반갑게 부둥켜 안는 커플을 봤다.

- 신호등 너머 만나기로 한 친구가 보이자 반갑게 달려가 포옹했다.



- 카페에서 케이크를 한 입씩 먹더니 감탄하는 사람들을 봤다.

- 혼자 크로플을 시켜 먹으며 속으로 환호했다. 미친 진짜 개맛있어!



- 지하철 맞은 편 자리에서 신문을 펼쳐 읽고 있는 할아버지를 봤다.

- 반대편에 앉아서 나는 ‘뉴스의 시대’ 책을 읽고 있었다.



- 각자 다른 역에서 탄 할머니 세 분이서 처음보는 사이같은데 노약자석 앉아 하하호호 이야기 하시는 걸 봤다.

- 게하에서 처음 본 언니들과 신나게 수다 떨다가 문득 형형색색 꽃무늬 옷을 입고 계시던 그 할머니 분들이 떠올랐다.



- 길을 걷다가 홍대에서 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 노래를 듣다가 이따금씩 춤 추고 싶은 노래가 나올 때면 나는 연습실에 가서 춤을 춘다.



- 인도에서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개미들을 유심히 보는 어린아이를 봤다.

- 강가에서 조깅 하다가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 구경할 때가 있는데 귀엽고 재밌다.



- 비행기에서 창가에 두 발을 걸친 채 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강아지를 봤다.

- 핸드폰 카메라를 창가에 걸쳐 두고 나도 하염없이 구름들과 작아진 건물들을 바라봤다.



- 카페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데 앞에 계신 분이 두유 옵션이 있냐고 물어봤고, 종업원 분이 있다고 했다.

- 뒤이어 나도 카페라떼를 두유로 바꿔서 시켰다. 아싸 기분 좋게 라떼 마시는 날. 저 분도 비건이실까?



@예전에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아저씨가 역 내 의자에 앉아서 도시락통에 담긴 밥을 허겁지겁 먹고 지하철에 오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그 분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배경 중 일부가 아닌, 나와 함께 이 공간을 공유하는 인간으로 느껴졌었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을 그냥 타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딜 가기 위해 이 지하철을 탔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함께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데 묘한 따뜻함을 느꼈었다. 물론 지하철을 많이 타는 한 사람으로서 미간이 찌뿌려지는 일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괜시리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모습들도 많이 있다. 그 사실을 꾸준히 인지하고, 생각하고, 충분히 "함께함"을 느끼며 살고 싶다.



#뉴스아님 #202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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