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교

by 이뉴

오늘은 아주 짧은 글이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것을 생활관에서 여럿 보았다. ‘나는 아니겠지’하고 있었다. 나는 전역도 얼마 안 남은 말년 병장이었기 때문이다. 위로 아닌 위로들을 남발해 대며 후임들을 토닥여 주었다. 그러나 내게 그런 일이 왔다. 전역 딱 한 달 전.


깜짝 발표에 이어 잠수를 타버린 그녀를 찾아 기어이 서울로 올라갔다. 하필, 지하철을 거꾸로 타버려서 시간까지 버렸다. 다시 찾아간 그 집 앞에선, 그녀가 나올 리가 없었다. 새벽 한 두 시가 다 되어서 첫차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나의 심정은 그날따라 몹시도 흥분 상태였다. 한 여름밤의 열대야가 지속되는 가운데, 영동대교를 지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흔히들 이별할 때 겪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그 새벽, 남부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그 긴 시간 동안 수동 필름을 감듯 천천히 지나갔다. 모든 감정들과 장면들 후회와 자책까지 영동대교부터 시작한 한 편의 영화는 어지간한 모든 게 담겨 러닝타임이 길었다. 누군가에겐 잘 만든 수작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망작인 그런 작품 말이다.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그런 해피엔딩은 없었다. 여느 커플들의 헤어짐과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긴 연애가 끝이 나버렸다. 안 쓰려고 했는데,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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