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달

달님에 대한 나의 생각

by 이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깊은 밤, 달은 더욱 선명해져 간다. 캄캄한 하늘을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시선을 빼앗는다. 그 중심에 달이 있다. 달은 실제로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달을 볼 수 없으려면 인류가 더 이상 이 지구에 살지 않을 때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전까지는 달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볼 뿐이다.


20191211-_MG_9429-2.JPG 70-200 렌즈 밖에 없던 게 조금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맑은 밤이었다.




천문학적 지식이 생기기 전 달은 나에게 환한 조명이었다. 어쩌다 하나 있는 등불은 깜깜한 시골 전체를 비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달빛이 비치면, 무서움 없이 깜깜한 시골길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데, 어쩜 그렇게 밝게 비출 수 있었을까. 과학적 지식으로 설명된 글과 영상을 통해 달을 이해했지만, 다소 낭만 없는 과학의 정확한 설명에 잠시 아쉬움이 맴돌았다.


스스로 빛을 내지도 않는 달을 보며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시를 써댔다. 어떤 사람들은 달을 찍어보겠다고 길거리로 나가기도 했다. 옛 선조들은 달을 보며 고백했고, 기도를 올렸다. 광자 한 개 크기의 빛조차 스스로 낼 수 없는 달에게 어떤 매력이 있었길래, 왜 사람들은 그렇게 달에 매달렸을까. 아마 어쩌면 완전하지 않은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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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사진만 무려 60장이 넘었다!




달은 심지어 차오르고, 기울며, 숨고, 떠오르기를 반복한다. 모습이 매일 달라진다. 달은 변화하기 싫어하는 나의 삶의 대척점에 있는 상징일지도 모른다.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애쓰는 나의 또 다른 모습에 한마디 말하는 것 같았다.

“변하는 것도 네 모습이야.”


오늘 태양이 떴으니 달도 뜰 것이다. 어쩌면 시커먼 구름이 몰려와 반사한 빛조차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달은 그 자리에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해에게 그 자리를 양보할 것이다. 그럼에도 달은 우주의 질서 한가운데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나에게, 불완전한 실존에게, 그 자리를 지키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렇게, 마음 깊숙한 곳까지 만지는 그런 방식으로.


20200123-_MG_9448.JPG 시골집의 깜깜했던 밤. 초점도 안 잡히던 이 달을 찍어보겠다고 한 시간 넘게 사투를 벌였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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