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필름

다르고, 새롭게

by 이뉴

지금에 와서야 내 필명에 대해 설명할 때가 왔다. ‘이뉴’는 그냥 아무렇게나 만든 이름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며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문구 중에 하나가, “다르고, 다르게, 옳게”이다. 첫 번째 ‘다르고’는 모든 사람들은 다양하며 자기만의 개별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다르게’는 행동에 대한 부분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옳게’는 앞선 두 가지의 다름이 모두 옳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언제나 붙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창의성은 옳지 않다. 타인을 존중하지만 방법이 다르면 그것 역시 옳지 않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반드시 180도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이 세 가지의 행동양식이 반드시 맞아야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굉장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필명을 ‘이뉴’라고 지은 것이다. ‘이’는 한자 “다를 이(異)”에서 가져왔다. ‘뉴’는 영어 "NEW "에서 가져왔다. ‘다르고 새롭게’라는 뜻을 가진 이 필명은 마음에 쏙 들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했었다. 나의 ‘이’라는 글자에는 두 가지의 달라야 하는 것이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름을 볼 때마다 저 문구가 더욱 깊숙이 새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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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당진, 2-4번은 제주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필름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름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찾은 하나의 출구였다. 사진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 DSLR 카메라 말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한 대 더 구매했다. 두 대를 동시에 구동하게 되었다. 각 카메라는 다른 용도였다. 같은 풍경을 두고 하나는 망원과 하는 단렌즈로 찍고 싶었다. 동시에 찍으려다 보니 한 대로는 렌즈를 갈아야 하는 시간이 귀찮았다. 차라리 ‘가벼운 애들 하나 더 사자’해서 가벼운 놈으로다가 구매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좋았다. 양 쪽 어깨에 하나씩 걸치고 번갈아 가며 찍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좋은 사진들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들도 두 가지 구도로 잡을 수 있었고, 결과물도 좋아졌다.


문제는 여유가 사라졌다는 데에 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니 정신이 없었다. 지나간 찰나에 대한 것은 포기하고 아쉬움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인 것을 두 마리를 다 잡겠다고 욕심을 부리니 내가 사진을 왜 찍고 있는지 그 이유조차 까먹어 버렸다. 나는 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잘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방법은 좋았지만, 옳은 방향은 아니었다. ‘내가 사진사도 아니고, 밥벌이하려고 카메라를 든 것도 아닌데, 이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허허벌판에서 나 혼자 경쟁적으로 찍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스꽝스러웠다. 그래서 두어 달 사용한 후에 다시 팔아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집 청소를 하다가 이상한 필름 카메라 한 대를 발견했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여기저기 만져보고 눌러봤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동네 마트에 가서 건전지를 찾아보았으나 맞는 게 없었다. 간신히 인터넷을 뒤져 그에 맞는 건전지를 대량으로 샀다. 왠지 나와 오래 함께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필름을 샀다. 필름 끼우는 법도 몰라 인터넷으로 찾아 끼웠다. 다행히 반자동이라 필름 감는 게 쉬웠다. 이것이 무슨 기종일까 했는데, ‘캐논’이라는 것 말고는 정보가 없었다. 옆에 쓰여 있는 말들은 한국에서 팔지 않는 기종이었는데, 이것이 왜 우리 집에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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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아무튼 필름 카메라와 함께 밖으로 나가보았다. 전혀 공부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당연히 36장을 완전히 날려 먹었다! 첫 인화에 흥분된 마음은 결과물은 보자마자 차갑게 식어 버렸다. 다 타버린 사진도 있고, 구도며, 색이며 우리 집 강아지가 찍어도 이것보다 잘 찍었을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 뒤로 한 장을 소중하게 대했다. DSLR로 미리 찍어보고 다시 같은 구도, 같은 조건으로 필름 카메라로 찍어보는 식으로 2-3번째 필름을 찍었다.


확실히 필름은 그 맛이 있다. 곧바로 확인할 수 없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도 걸리며, 내가 생각했던 색과 그 이상의 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이렇게 천천히 찍어보니 감정도 꾹꾹 눌러 담을 수 있었다. 피사체에 대한 존중도 한층 더 높아졌다. 이 일로 나는 사진 실력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성장했다.


지금까지 칼라 필름은 10통, 흑백 필름 2통을 찍고 인화했다. 지금도 베트남까지 가져온 내 필카에는 6장 찍은 필름이 들어 있다. 30장을 아주 소중히 찍을 것이다. 매번 인화 맡기는 사장님의 늘고 있다고 칭찬하시는 빈말도 굉장히 기분 좋게 들렸다. 같은 두 대의 카메라 사용기는 다른 결과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 전의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니 이젠 추억으로 남겨두면 그만이다. 오늘도 천천히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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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제주도, 3번 서해 바다, 4번 신리성지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