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이유 2
카메라는 내가 세상을 조금 바르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관음증 환자처럼 뷰파인더 뒤로 자연을 훔쳐보듯이 보았다. 홀로 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인파 사이 서 있는 게 너무 두려웠다. 줄곧 삶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 왔었는데 왜 이것은 못하고 두렵고 떨렸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의 행동과 타인의 웃음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라도 하면 나는 쑥스러웠고, 오해했고 나를 갉아먹었다. 피해의식과 망상이라고 하는 이것이 나에게 무척이나 심했던 터였다.
피사체를 관찰하는 것은 결국 나인데, 내가 피사체가 된 듯 굴었다. 카메라 뒤에 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포기할 것 같았던 이 취미가 지속된 데에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찍힌 사진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칭찬해 주고 용기를 준 덕분에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열심히 찍었다. 차츰 나의 병은 나아졌는데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그걸 알고 나니 스스로 속 앓이 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그렇게 한 차례 돈오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 할 동안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열심히 나의 감정을 피사체에 담아내었고, 일기를 썼다. 서울에서 반경을 넓히어 전국을 여행하면서 더욱 나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여행의 맛, 낭만의 맛도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었던 건 나에겐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었다. 마음에 가득 차 있던 불안과 우울은 나를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활활 타올랐다. 나에게 출사를 가자고 했던 그 후배 녀석에게 지금도 만나면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나의 마음과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고 담아준 수많은 자연물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20대 중반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해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