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무엇인가를 하려는 나 Day 6. 분주함
아침 일찍 눈을 떴다. 5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시차는 두 시간밖에 나지 않아 딱히 적응할 부분은 없었다. 쾌조의 출발을 보여줄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급히 맥북을 열어 사진을 정리했다. 라이트룸으로 대충 묶어서 정리한 후에 이른 아침을 맞이한 나는 늦은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부터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몹시 초조하게 만들었다. 본전이라도 찾아야 할 심산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한국인인 것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자꾸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어디라도 가야 했고, 무엇이라도 보아야 했다. 그래서 늦어지는 아침이 애인 기다리는 시간 같았다. 하지만 오늘부터 일정은 없다. 맛있는 거 먹고, 쇼핑하고, 쉬는 게 전부인 일정을 알고 있음에도 나만 불안해했다. 형 말대로 그냥 쉬다가 가라는 말이 참으로 거짓말 같았다. ‘저게 된다고?’라는 의심이 계속해서 들었다.
카톡이 왔다. 넘어오라는 메시지였다. 부리나케 옆집으로 갔다. 세 아들들은 벌써 학교에 갔다. 아까 등교 전 마당에서 인사한 것은 비밀이다. 객 식구 하나 왔다고 특별히 더 준비하시는 것인지 아닌지 걱정해하며, 기다렸다. 다행히도 내 우려는 기우였다. 이런 부분이 참으로 좋았다. 아침 안 먹으면 죽는 나는 순식간에 먹고 빨리빨리 나가자고 했다. 나만 급했다.
마사지샵부터 들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라 유황온천처럼 2차 위기가 왔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념무상의 자세로 잘 받았다. 덕분에 그동안의 여독이 좀 풀렸다. 마사지를 마치고 이상한 차를 줬는데 맛은 식혜인데, 식감은 식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백화점에서 한국 카페나 식당들이었다. 가격이 한국보다 싸지 않았다는 것은 이 나라도 빈부의 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한국 카페와 식당을 만나 반가움도 잠시, 씁쓸함을 꼴딱 삼킨 채 백화점 문을 나왔다.
그 밖에 특별한 것은 음식들이었다. 메단이라는 도시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진기한 음식들도 많고, 심지어 맛도 좋다. 간혹 향이 세서 살짝 찌푸려지는 음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괜찮다. 이 나라 대통령 궁에서도 공수해 먹는다는 집을 가보았다. 커리탕이라고 하길래, (TMI로 나는 카레를 아주 싫어한다) 안 먹으면 안 되느냐는 눈빛을 계속해서 보냈다. 하지만 차는 야속하게도 커리탕 집 앞에 도착했다. 따보나 식당(Rumah Makan Tabona)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엄청 유명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형은 알아서 주문을 해주었다. 우리는 kari sapi를 먹었는데, 살로만 되어 있는 것과 부속도 들어 있는 것으로 나누어 시켰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솔직히 향도 별로, 생긴 것도 별로였다. 하지만 먹는 순간 나는 이 집을 안 왔다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게 카레라고?’를 계속해서 말하며, 탈탈 털어 먹었다. 특별히, 양파 절임으로 추정되는 음식이 테이블마다 있는데, 그것과의 궁합이 일품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반드시 싸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혹시나 메단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이 음식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 아, 가격은 좀 나가긴 한다.
이렇게 맛있는 것 먹고, 시장 구경하고, 쇼핑하고, 집에 돌아와 또 저녁 먹고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나는 여유 있는 하루를 보냈다.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분주해지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분주해지는 마음은 결국 목표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애초에 내가 이곳을 온 이유는 괴로운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쉬다가 가면 그만이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어야 했는데, 굳이 자꾸 뭘 하려고 하니 마음만 분주해질 뿐이다. 하지만 내 습관대로 마무리 지어지지 않아 만족한 하루를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