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과 유채색의 사람들

Day 7. 부러움

by 이뉴

충격적이었다. 사실 어제 일을 지금 쓰고 있다. 화요일, 목요일마다 축구를 한다고 했다. 나보고 뛰라고 했다. 큰일 났다. 난 비만에다가 운동을 싫어한다. 과거에는 농구도 하고 야구도 오래 해서 나름의 적정 몸무게를 유지했었는데, 한 번 살이 찌고 나니 모든 게 다 귀찮아졌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오늘 풋살을 뛰어야 했다. 정말 큰일이었다.


그렇다고 아버님이 시키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한인 교회 앞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이 동네가 참 신기한 것이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형 아들 세 명, 교회 목사님, 사모님 그리고 현지인 사역자들 몇 명으로 구성되어 매주 화, 목 풋살을 한다는 것이었다. 인원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족들끼리 한다고 했다. 정말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전반전을 아주 무사히 마치고, 후반은 못 뛰겠다고 강력하게 얘기한 후 아방이 앉으라고 준 의자에 앉았다. 물을 몇 대접 마신 후 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순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가족들이 다 나와서 공을 차는 모습이 어떠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보다 아름다웠다. 그와 동시에 나는 슬퍼졌다.


이곳 사람들은 낯선 타지에 와서도 알록달록 자기만의 색을 유지하고, 또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는 익숙한 곳, 익숙한 일들을 하면서도 색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구나 싶었다. 또한 행복해하는 이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교도 되었다. 무채색과 유채색 차이는 크다. 무난하지만 튀지 않는 게 무채색인 반면, 유채색은 밝고 명랑하고, 튄다. 그래서 유채색은 잘못 사용하면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잘 조화된 유채색은 그렇지 않다.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있다. 이 가족이 그랬다.


부러웠다. 그리고 슬펐다. 모두가 땀 흘려 뛰고 있는 그 잔디밭 위로 모두의 염원들이 담겨 있을 것이고, 가족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진심으로 박수받아 마땅한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집 사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혹여나 나도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색을 바꾸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습관부터 태도, 성격, 가치관, 생각들을 다 뜯어고쳐야지만 가능한 부분이다. 성공이 만약 돈을 버는 것이라면, 나는 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게 오늘 말한 이 가치를 이루어 내는 것이라면, 나는 당장이라도 할 생각이 있다. 돈은 그다음이다.


후반전이 끝났다. 박수 치며 끝낸 오늘의 풋살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전반전에 한 골 넣었으니 더 그럴 것이다.


KakaoTalk_20241214_165259295_22.jpg 한인 교회 앞에 있는 제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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