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남겨진 가족들
엄마와 이모는 아빠를 찾느라 하루 종일 돌아다녔고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아침이면 나는 동생의 손을 잡고
다시 장마당을 나갔다.
구걸로 하루를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길주 장마당에 아빠가 나타났다.
가족들이 길주역에 나앉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온 것이었다.
하필 그때는
어른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아이들만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장마당을 헤매고 있는
여윈 자식들을 발견한
아빠의 얼굴이 굳었다.
아픈 아이를 두고
어린 둫만 남겨뒀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느이 엄마는 어딨냐!"
아빠의 눈에서 불이 튀었다.
그 순간
뭔가 사달이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
엄마와 이모가 돌아왔다.
엄마는 그토록 찾아 헤맨 아빠를
드디어 만났다는 안도감에
'이제는 굶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희망 섞인 눈빛을 보냈다.
"이 간나야!!!!"
짐승의 포효처럼
거칠게 터져 나온 고성이었다.
그 소리를 시작이로
조금도 사그라들지않은 분노가
엄마를 향해 쏟아졌다.
어릴 적부터 보았던
폭력적인 아빠의 모습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죽이겠다며 소리치는 목소리에
순식간에 역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때도 나는 동생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가늘고 작은 손이 내 손을 힘껏 부여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손들이
서로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겁에 질린 동생이 울먹이며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빠가 소리 지르면
엄마의 울부짖음이 뒤따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쏠렸다.
그 수많은 눈빛이
마치 "불쌍하다"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수군거리는 소리와
쏟아지는 눈빛
아빠의 고성과
엄마의 울음이
뒤엉킨 한가운데서
나는
숨 쉬는 법조차 잊은 것 같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자꾸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아빠는 결국 붙잡혔다.
철도관리원인지 경찰인지 모를 사람들이 달려와
아빠를 제압했다.
반항하던 아빠는
그들에게 얻어맞아
이빨이 부러진 채 질질 끌려갔다.
남은 건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이빨과
핏방울 몇 방울
그리고
사람들 시선 속에
발가벗겨진 것처럼 서 있어야 했던
우리 가족이었다.
그 후 우리는
잡혀간 아빠를 기다리며
다시 구걸을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은
생각보다 천천히 흘렀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아빠가 다시 나타났다.
꾀죄죄한 몰골로 돌아온
아빠의 얼굴에는
노랗고 퍼런 멍이 번져 있었다.
아빠는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엄마의 손에 돈을 조금 쥐어주었다.
그리고
우리 손에는
사탕을 다섯 알씩 쥐어주었다.
그게
아빠가 줄 수 있는
전부인 듯했다.
잠시 앉아 있던 아빠는
바닥에 짚은 몸을 일어켜
바지를 툭툭 털더니
다시 식량을 구하겠다며
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