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한 이별

헤어짐에 익숙해져 가던 시간

by AJ

못난이 삼촌의 손에 이끌려

그저 뒤를 졸졸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시선 끝에 아빠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삼촌은 망설임 없이

나를 데리고 곧장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는 나를 보자마자

한순간 숨이 멎은 사람처럼

그자리에 굳어 서 있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짧은 안도의 순간이 지나고

구부정하게 몸을 낮춘 채

내 눈높이에 맞춰 앉고는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부드러운 빵이었다.


나는 빵을 내려다보다

아무말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그제야 아빠가 입을 열었다.


“엄마랑 이모는?”

“동생이랑 같이 있었어?”

“동생은 어디있어?”


고개를 저었다.


“몰라...”

“고아원...열 밤 넘게 잤어.”


더는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빠는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봤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눈이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같았다.


“몰라....”


아빠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마른세수를 하듯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아이고.”


작게 혼잣말을 내뱉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손에 쥔 빵을 계속 씹었다.


아빠는 한참 뒤에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고모 집에 들렀다가

내가 혼자 길주역에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곧장 역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도중에 만난

엄마 친구가 소식을 전해주었다고 했다.


아빠는 잠시 말을 고르듯

입을 다물었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심아...”

“동생이....”


말끝을 잠깐 멈추고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멀리 갔대...”


“.....아주 멀리.”


그 말을 하고 나서

아빠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손에 쥔 빵을 입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배를 채우는게 먼저였다.


멀리 간다는게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지도 몰랐다.


또 헤어진 거구나,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헤어지는 일은

이미 익숙했으니까


슬프다는 감정조차

그때의 나에게는

조금 사치 같은 일이었다.


입에는 빵을 한가득 문 채

멀뚱히 아빠 얼굴만 바라보자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한 번 바라봤다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내 손을 잡았다.


거칠고 단단한 손에 이끌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더 걸었다.


이미 밤이 깊은 시간이라

세상은 아주 캄캄했다.


조용한 길 위에는

발걸음 소리만이 남아 있었고


마치

우리 둘만 남은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친할머니와 못난이 삼촌네가 지내고 있는

허름한 창고집에 서 있었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안에서 기척이 났다.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바깥을 살피듯

고개를 내밀다가

나를 발견했다.


“심아....심아!”


할머니는 놀란 얼굴로 급히 밖으로 나와

나를 끌어안았다.


거칠고 마른손이

등을 감싸 안았다.


낡은 옷에서

익숙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품에 얼굴을 묻고

가볍게 부볐다.


방 안에는

어린 사촌 동생들이

좁은 공간에 뒤엉켜

잠들어 있었고


삼촌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빠와 나도

방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몸을 눕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창고집에서

몇 달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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