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 슬펐던 여름날

돌아오지 못한 막내삼촌

by AJ

아빠는 어딜 가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건달은 아닌데 건달 같은 사람이랄까.


내 고향에서는

'우리 아빠를 모르면 간첩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다 긴다 하는 인물이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아빠가 한 달 정도 구치장에 머문 적이 있었다.


아빠가 없는 동안

엄마는 어린 동생과 나를 돌보는 게 벅찼는지

나를 기차 태워 친할머니 집으로 보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아빠 면회를 가게 됐다.


북한에서는 면회를 갈 때

집밥을 싸가는 게 보통이다.

그날도 할머니와 몇몇 가족이 함께

밥을 바리바리 싸서 면회를 갔다.


그때가 8월, 한창 여름이었고

감자 반찬이 상한 줄도 모른 채

도시락을 먹은 아빠는 식중독에 걸리고 말았다.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에 가서 관장도 하고

온갖 치료를 다 받았지만

아빠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큰아빠는 매일 병원을 찾아가

아빠의 온몸을 구석구석 주물러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의 의식이 돌아왔다.


정말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것이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빠는

회복기에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방될 예정이었다.


막내삼촌은 아빠의 몸보신을 시키겠다며

동네에서 한 시간을 걸어가야 나오는 큰 저수지로

매일같이 낚시를 나갔다.


그날은 엄마와 고모를 비롯한 가족들도

다 같이 더수지에 나가 있었다.


한창 낚시를 하던 삼촌의 낚싯줄이 어딘가에 걸렸다.

고작 막대기에 낚싯줄을 칭칭 감아 만든 초라한 낚싯대였지만

그 낚싯줄 값이 꽤 비쌌던 모양이다.


아직 제대로 된 물고기 한 마리 낚지도 못한 채

비싼 낚싯줄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그 낚싯줄 하나 살리겠다고

저수지로 들어갔다.


가족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삼촌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렀다.


주변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어 삼촌을 끌어냈지만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삼촌은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그날

나는 혼자 창고집에 있었다.


울음소리와 함께

친할머니와 삼촌엄마가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

이불장 문을 열고 안에 있는 담요와 이불을 챙겨나갔다.


무슨 일인지 몰랐다.

다만 그때의 울음소리와 허둥거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며칠 뒤, 아빠가 석방되어 돌아왔다.


그때 엄마는 호빵장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풀빵처럼 생겼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막내삼촌의 사고 이후

엄마는 장사를 멈출수밖에 없었고

남은 빵들을 옷장 안에 숨겨두었다.


아빠는 집 안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배 안 고프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겨둔 빵을 말해도 될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옷장 안에 빵 있어"


아빠는 옷장을 열어 빵을 꺼내

먼저 한입 베어 물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먹어도 된다."


괜히 혼날까 봐

가만히 서 있었다.


"괜찮다니까."


그 말에 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따듯하지도 않았고

속도 비어 있는 빵이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달게 느껴졌다.


집 안에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


아빠도 잠시 문밖을 내다보고

마당을 한 번 둘러봤다.


"다 어디 갔지..."


작게 중얼거리는 말이 들렸다.


우리는 그냥 앉아 있었고

나는 빵을 베어 물며 말했다.


"할머니랑 삼촌엄마가

울면서 이불이랑 담요 들고나갔어요"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큰아빠가 집으로 내려왔고,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장례식은 기억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처음 보는 모습으로 울부짖었다.

막내삼촌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는 목소리


그 사이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오갔다.


"너희 아빠가 죽었어야 했는데, 삼촌이 죽었다."


귓가를 스치듯 들린 말들이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박혔다.


열 살도 되지 않았던 나는

그 말의 뜻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게 '좋지 않은 말'이라는 건 알았다.


그 말을 하며

나를 스쳐 보는 눈빛들

어른들의 굳은 얼굴

조용해지는 공기


나는 괜히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이고 눈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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