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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Aug 30. 2024

5화. 자기소개

자격증 보수교육이나 연수를 받으러 가면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강사와 교육생들은 서로 간에 처음 대면하게 된다. 이때 서로 간의 어색한 분위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대학교 1학년 입학하자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한 명씩 강의실 연단 앞에 나와서 다른 학우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학우들 간에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서로 친해지는데 도움을 주었다.


H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1988년 3월 초였다. 입학식은 서울에 위치한 본교에서 했지만 수업은 경기도에 위치한 분교로 가서 받아야 했다. 1학년 전공책들을 보니 고등학생 때의 교과서와 많이 달랐다. 특히 눈에 띄는 책은 영어로 된 전공책이었다. 내 실력으로는 영어로 된 전공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선형대수와 선형계획법'이란 과목은 수학의 한 분야를 다루는 내용인데 책 내용이 영어로 되어 있었다. 한글로 적혀 있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적혀 있으니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학과 동기들은 남자들만 있었다. 공대에 속해 있어서 그런지 여학우가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도 남자들 속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고등학교 4학년을 다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그 차이점은 모든 학업 스케줄을 내가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자기소개를 안 해서였을까. 입학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동기들은 서로 잘 모르는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른한 오후가 되었다. 이때쯤 되면 식곤증으로 강의를 듣는 중에 졸음이 몰려올 때가 있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도 교수님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젊은 청년 한 명이 강의실 앞문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입학을 축하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입학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3학년 학생이며 산업공학과 학생회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생활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에 대해 말했다.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1학년 신입생들에게 본인을 소개하기 위해 먼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후 1학년 과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과대표로 봉사하고 싶은 자원자가 있냐고 묻자 강의실은 조용해졌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추천을 받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강의실 한가운데에서 K학우를 추천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과대표 학우 추천에 다른 후보자가 없자 K학우가 과대표로 선출되었다. K학우는 주변 학우들의 호응에 쑥스러운 듯 떠밀리 듯이 일어나서 강의실 연단 앞으로 나왔다. K학우는 경상도 청년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한 경상도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과대표가 소감을 말했다.


K학우가 과대표가 된 소감을 마치고 자리로 돌어가자 학생회장은 강의실 앞문을 통해 나갔다. 곧이어 교수님이 들어와 오후 수업을 했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하교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K학우는 잠시 집에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강의실 연단 앞에 나왔다. 그리고 1학년 학우들 한 명씩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하자고 말했다.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있는 학우부터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학우들은 학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 고향, 나이 등에 대해 말했다. 재수나 삼수로 입학한 학우들도 꽤 있었다. 1지망 본교를 떨어지고 2지망으로 합격한 학우들도 있었다.


어떤 학우는 자기가 학과 수석입학이라고 자랑하듯이 말했다. 반면에 자기는 원래 불합격했는데 미등록자가 있어서 추가합격을 했다고 말한 학우도 있었다. 어떤 학우는 학과를 지원한 동기가 공대는 가고 싶은데 수학과 물리학을 싫어하니 수학과 역학(力學)을 거의 배우지 않는 학과를 가고 싶어 산업공학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 학우는 나중에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산업공학은 역학은 배우지 않아도 수학은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학우들을 알게 되면서 나의 대학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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