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노총각이 되니 여자를 소개받는 맞선 자리에 나가도맞선녀에게 별로 묻고 싶은 말이 없었다. 내가 말 주변이 없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감이 적었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뻔한 레퍼토리의 호구조사 비슷한 질문들을 하고 오래 만나봐야 두세 번 더 만나보다가 흐지부지 되는 맞선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부담이 적은 소개팅과는 달리 맞선은 부모님이나 친척이 소개해 주는 만남이었다. 그래서인지 만남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고,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이러한 맞선에 대해 세 번만나면 결혼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세 번 만나면 맞선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연애는 결혼을 결정한 후에해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식을 빨리 결혼시키고자 하는 부모님 마음을 이해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말을 수긍할 수 없었다. 내가 나이 많은 노총각이라도 첫눈에 반하지 않은 이상 맞선녀를 세 번 보고 결혼할지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지금이조선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맞선녀와의 만남 장소가 멀 경우에는 더 심했다.만남 장소까지는 잘 찾아갔냐 여자한테 첫 만남 매너는 어떻게 했냐이렇게 해야 여자가 좋아한다등 부모님은 자신들이 주선자라 그런지 과하리만큼 관심을 가졌다.나는이러한 부모님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때로는 내가 맞선녀를몇 번 만나지 않아 잘 모르겠거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시큰둥해 있을 때, 주선자인 아버지는 맞선녀의 좋은 점들을 열거하면서 결혼하라고 재촉했다. 그럴때면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아버지 본인이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저러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총각인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이 느끼는 결혼에 관한 스트레스를 이해한다. 그들과 달리 나는 노총각에서 벗어나 유부남으로 살고 있다. 그래도 그들을 보면 가끔씩 나의 40살 노총각 시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