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카카오톡의 어느 단톡방에서 나를 초대했다. 낯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현재 만나고 있는지 않지만 낯익은 이름들. 단톡방의 멤버들은 한 두 명을 제외하고 전혀 교류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대학교 동기들. 35년 전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었다. 단톡방 멤버들의 얼굴을 한 명씩 눈앞에 떠올리듯 회상해 보았다.
'많이 변했겠지. 이제는 모두 중후한 장년의 아저씨가 되었겠구나'
[SJO님이 이선명 님을 초대하였습니다]
내 이름이 조용히 단톡방에 올라왔다. 단톡방에는 이미 35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단톡방에 있는 친구들과 너무 오랜만이라 멋쩍었다. 보통 단톡방에 초대되면 입장하자마자 말을 거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초대된 단톡방에서 인사말을 남기지 않았다.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 오랜만이기도 해서 그랬다. 그래도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우리 과에서 내 별명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나를 다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톡방에서는 때때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거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올라왔다. 글을 올리며 대화하는 친구들과 대화 내용을 살펴봤다. 그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 부사장인 친구도 있었고 대학교수인 친구들도 있었다. 해외에서 대기업 임원이나 건물주로 잘 나가는 친구도 있었다.
35년 전에는 동기들 모두 대학생으로 동일한 신분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서로 다른 지위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현재의 직업상 지위는 퇴직하면 그만이고 재산도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대학생 때 우리 과 교수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교수님은 '여러분이 50살이 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부장 60명의 친구들이 있다면 대단한 인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우리 과는 정원이 60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가 퇴직자로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어서일까. 이런 친구들과 단톡방에 함께 하는 것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서먹한 감도 든다. 대학교 동기 단톡방을 보니 내가대학교 분교에서 다녔던대학생 시절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