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이나 파견지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 생소한 업무와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업무에 적응하게 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럴 때 동료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담배 피우세요?"
동료들이 물어보는 의도는 내가 만약 담배를 피운다면 회사 밖이나 흡연실에 담배 피우러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담배 피우지 않는다고 말하면 이후로는 나에게 담배 피우러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직원들끼리 담배를 피우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흡연실에서 회사의 여러 이슈나 업무, 고객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의견에 대해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들은 비흡연자인 나에게 흡연장소에 가서 담배 피우자고 권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회사의 여러 이슈나 그들의 개인적 이야기 등을 알게 되는 데 있어서 불리할 때가 있다.
내가 중견기업 과장이었을 때 업무상 알게 되어 친해진 협력회사 직원이 있었다. 그는 비흡연자였다. 어느 날 그는 나와 같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고민을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흡연하는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흡연실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것 같은데 자신이 손해 보는 것 같아요 자신도 담배 피우는 것을 한번 배워볼까요? 이렇게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나 정보 공유 등에 있어서 손해가 있더라도 담배는 건강상 매우 좋지 않으니 피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할 때 내뿜어지는 연기 속에 유해 발암물질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회사원들은 회사 생활에 대한 인간관계나 정보 공유 등의 문제 때문에 담배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있다.
1990년 봄, 내가 군 생활할 때의 일이다. 나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어느 동사무소에서 방위병 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동사무소에 예비군 동대본부가 있었고, 이곳에서 예비군 동대장과 방위병들이 근무했다. 예비군 동대장은 장교로 제대한 군무원으로서 민간인이었고, 방위병들은 군인이었다. 방위병들은 예비군 동대장의 지시를 받으며 근무했다.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은 내가 동사무소 방위병이라고 하면 운이 좋다고 군 생활하기 편하겠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기동타격대나 훈련 조교 등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 군대 조직은 몸이 힘들거니와 군기도 강했다. 하지만 예비군 행정을 담당하는 동사무소 방위병은 이보다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사무소 방위병들 사이에도 나름대로 군기가 있었다. 동사무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 동사무소의 경우 건물 옥상에 올라가 선임(고참)들이 신참들에게 군기를 잡았다. 나는 이등병이었고 동기 한 명 외에 선임 여섯 명과 함께 근무했다.
동사무소의 이층에 있는 예비군 동대본부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지났을 때 선임 한 명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담배 한 대 피워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담배를 피우면 철학적이고 멋있어 보일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 한 대를 나에게 주려고 했다. 순간 나는 어떡해야 할까 망설였다. 내가 이등병이고 이곳에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대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조직이지 않은가.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다른 선임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담배 피우라고 나에게 권유하던 선임을 제지했다.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한테 왜 피우게 권하느냐고 말이다. 하여튼 난감한 상황이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담배의 유혹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2011년, 내가 IT 프로젝트 때문에 고객사에 파견 나갔을 때의 일이었다. 파견 나가 일했던 고객사는 담배를 제조하여 판매는 회사였다. 그런데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할 때 놀란 점들이 있었다. 첫 번째 놀란 점은 내가 용무를 보러 화장실에 들어가서였다.
"화장실에 있으면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담배 냄새가 나네요"
나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화장실에 있으니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얼른 나왔다. 그리고 일하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우리 회사 동료에게 화장실 속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곳은 흡연자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지만 나 같은 비흡연자에게는 지내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놀란 점은 고객사 직원들과 우리 회사 직원들이 회의실에서 킥오프(Kickoff meeting) 미팅할 때였다. 회의실에는 재떨이가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프로젝트 시작을 위한 킥오프 미팅이라서 그런지 고객사의 임원들도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되었고 사업 설명과 진행 과정에 대한 발표가 시작되었다.
회의 중에 고객사 임원들과 일부 직원들 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담배회사라서 그런 것 같았다. 정부의 사무실 금연 정책이 강화된 이래로, 나는 이런 모습을 우리 회사나 다른 회사에서 회의할 때 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금연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이켜보니 위와 같은 담배의 유혹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왔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