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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May 02. 2024

신중년 카공족

결혼하기 전까지 나에게 카페란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도서관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곳이라면 카페는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을 하는 곳이었다. 혼자 카페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작업하는 것은 나에게 어색한 일이었다. 


간혹 친구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가 혼자서 노트북을 열고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


'조용한 사무실이나 도서관이 아닌 음악소리와 대화소리로 산만한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이 과연 능률적일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은 카페에 가서 노트북으로 문서작업을 한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자료 검색을 한다. 때때로 아내와 함께 집 근처의 카페에 가서 차 한잔을 옆에 놓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한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리고 음악소리가 들려도 말이다. 


우리 집에 있는 내 책상에 앉아 있으면 PC 문서작업을 하기 어렵다. 식구들이나 지인들이 자주 드나들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TV 등 방해 요소기 많아 집중력이 저하된다. 오히려 카페가 음악소리와 사람들 대화로 다소 시끄럽고 산만할지라도 나에게는 작업 생산성이 높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가리키는 신조어가 생겼다. '카공족'이라고 부르는데 이들 규모가 작은 카페보다 큰 카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큰 카페는 대체로 자리가 많고 와이파이 접속 및 인터넷 사용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장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해도 카페 주인이나 종업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내가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청년들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요사이 종종 만나고 있는 친구의 영향도 있다. 그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카페 창가에 앉아 창 밖을 보며 지나가는 행인들이나 거리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는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S카페에 가서 공부하며 차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50대 신중년이다. 한 번은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카페에 가면 공부하는 청년들이 많아서 좋아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젊어지는 것 같죠.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공부하는 동지(同志) 같아요"


그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처럼 너무 조용한 것보다 카페의 적당한 소음과 음악, 사람들의 활기찬 움직임, 청년들의 젊은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카페에 있으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일례로 자신이 수년 전에 한참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할 때는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별로 느끼지 못하며 계절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중년 나이인 5060 세대이면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그를 보면 '신중년 카공족'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요즈음 나도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문서작업을 즐겨한다. 카페 속 사람들의 시선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카페 내부와 창 밖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나도 카공족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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