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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Apr 03. 2024

Intro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지구 반대편, 서호주의 퍼스라는 도시로 떠나온 지 두 달이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다에 비쳐 그리 된 것처럼 완전히 뒤집혀 있고, 그런가 하면 시차는 딱 한 시간만 늦장을 부리면 되는 곳입니다.


도시에서 도시까지 비행기로 다섯 시간, 동네에서 동네까지 차로 사십여분. 가진 게 두 발뿐이라 어디든 물어 물어, 걸어 걸어 가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헤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정처 없이 걷는 일을, 자꾸만 어딘가로 훌쩍훌쩍 떠나는 일을, 헤매다 여행이 되는 모든 과정을, 그리고 열린 결말을 좋아합니다.


종국에는 어딘가에 다다르게 될까요. 가장 먼 곳이 되려나요. 배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을 짓듯이 생각합니다, 그 다다름이 '정착'이 아닌 '해방'이기를.


길이 뻗어 있어 그저 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듯이, 무수한 불시착이 이어지고 이어지며 해방이 있는 쪽으로 찬찬히 가까워지기를.


스스로의 평범함을 이기고 변수가 되는 까닭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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