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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Apr 03. 2024

01. 둥근 밤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폭발하는 별의 존재만큼이나

아주 까마득해진 오래전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게 될 때면

나는 자주 염려했다


정말 지구는 둥글어?

넘어가다 보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어떤 질문들은 반복할수록

확신이 아니라 의심이 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너에게 기쁜 소식일까

우리는 다

먼바다의 허리춤에서도 돌올한

배 한 척 같다고 일러주었는데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을 만치

지난한 항해 끝,

겨우내 맞닿은 곳이

다시 나 자신이라면


그것은 너에게 축복일까

염려하는 나와 무관하게

너는 오늘치의 잠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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