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어른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때에는
눈을 부릅뜨고
주변 사물을 살피기보다
눈을 질끈 감고
온 길을 더듬어 봐
그것은 언젠가 당신이
한낮에 잃어버린 나를
저녁에야 간신히 찾았던 날
내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며
속삭이던 말이었다
당신의 두꺼운 손마디가
곱슬거리는 머리칼 사이를
막힘없이 헤집고 다녔다
감긴 눈꺼풀 뒤로,
앞만 보고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난잡한 갈래의 길을 거쳐 온
내가 있었고
머리카락이 점점 더
가지런히 길어지는 끝에서
당신은 언제나 내 대신
울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