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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May 13. 2024

07. 어른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때에는

눈을 부릅뜨고

주변 사물을 살피기보다

눈을 질끈 감고

온 길을 더듬어 봐


그것은 언젠가 당신이

한낮에 잃어버린 나를

저녁에야 간신히 찾았던 날

내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며

속삭이던 말이었다


당신의 두꺼운 손마디가

곱슬거리는 머리칼 사이를

막힘없이 헤집고 다녔다


감긴 눈꺼풀 뒤로,

앞만 보고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잡한 갈래의 길을 거쳐 온

내가 있었고


머리카락이 점점 더

가지런히 길어지는 끝에서

당신은 언제나 내 대신

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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