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로 가는길
요즘 88이 막혀서 다른 길을 택해봤다. 네비는 진작부터 추천하던 길이긴 했는데, 전에 이쪽 근처길로 한번 갔다가 한번 심하게 데였던 기억이 있어서 항상 무시하던 길. 며칠 고민하다가 오늘은 결국 그 길로 와 봤다. 결론적으로 꽤 순조롭다.
오~ 앞으로 이 길로 다녀야겠는데 하고 있는데, 눈 앞에 엄청큰 옛날 기와 건물이 나타난다.
일순간 '저 건물 뭐지?' 하는 생각과 '대충 이 위치면 저거 동대문인데?' 하는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그러면서 또 동시에 '동대문이 저렇게 생겼었나? 아닌데 처음보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게
왜냐하면 동대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략 ....
이런 식으로 딱 정면에서 바라보며 찍은 좌우로 넓은 기와 건물의 그림 뿐이었던 것 같다. 그 어떤 건물이라고 옆모습이 없는 건물이 있겠냐만 그런 논리적인 당위성 이전에 예고없이 맞닥드린 옆모습은 자못 낯설었던 것 같다.
너.. 혹시 너 맞으세요 ?
가까워지며 정면이 슬쩍 보일라치니 그래 그 동대문 맞네 맞아.
왠지 모를 낯섬에서 벗어나는 안도감.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한 기분이 들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각도에서 오는 멋짐이 서서히 스러지는 듯한 아쉬움도 든다. 운전해야 되서 정면은 못 찍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사물이 다르구나...
얼핏 생각하다가 혹시 뒷차에 민폐 될까 싶어 바삐 움직이는 차량 들에 속에 껴서 나도 엑셀 밟으며 앞으로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