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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Sep 06. 2021

교행 신규가 느끼는 감정 3가지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저자 연이입니다.


7월, 8월에 학교 교직원의 경조사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참석하지 못하는 관계로 행정실 일동으로 약소한 경조사비를 그분들에게 전달을 했습니다. 그 답례품으로 과자가 들어와 업무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신규 때 내가 바보인 줄 알았어.


신규 영양사 선생님이 발령받아 다른 학교로 가기 전 본인이 신규였을 때를 떠올리며 위 말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이 말을 들은 그 자리에 있던 연이는 물론 주무관님들과 실장님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습니다. 그 말을 꺼낸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주무관님들과 실장님은 그때의 시절로 돌아가 그때 들었던 감정을 상기하는지 수긍의 끄덕임에서 감정이 묻어났습니다.그 얼굴에서 이 감정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아주 개인적이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까지 연이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연이가 느꼈던 감정은 여기서 얘기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얘기해볼까 합니다.




교행 꼬꼬마가 느끼는 감정 3가지


1. 바보가  기분

'바보'라고 느끼는 감정은 이상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위에서 다른 주무관님들과 실장님까지 물론 연이도 포함해서 모두 그렇게 느꼈던 감정이니까요. 사실 이 느꼈던 감정에는 두 가지가 혼재해 있는 감정입니다.


첫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나'가 만든 허상과 마주하게 된 신규 공무원

그렇습니다. 요즘 공무원이 되려고 노량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2021년 국가공무원 9급 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지원자 19만 8천 명 정도 중 15만 6천 명이 시험을 치렀다고 합니다. 국가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지방직도 같이 준비합니다. 지방직은 일반직과 교행직으로 나누어집니다. 2021년 지방직 9급 교육행정직 경쟁률이 전국 17.1대 1이라고 발표가 되었죠. 하지만, 이것은 지역별로 경쟁률의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경쟁률은 이것보다 더 높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부분 한 교실에 시험을 보는 인원이 20명에서 25명 정도라고 하면 거기서 1명이 붙는다고 가정할 수 있어요. 학교 다닐 때 1등만 하던 사람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정말 소수 빼고는 사실상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죠.(연이 역시 저런 등수는 해 본 적이 없네요.) 왜 이 응시인원이며 경쟁률을 얘기하냐면요. 이렇게 해서 합격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소위 진짜 공무원 시험공부로는 정점을 찍은 사람들만이 합격의 영광을 얻게 되고 나머지는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공무원 시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공무원으로 발령지에 받아서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정말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죠. 아이러니합니다. 그렇죠?


둘째, 비교 대상인 그들과 나와의 괴리감을 느끼는 신규공무원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동기가 아닌 모두 자신보다 먼저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죠. 그들은 교행 꼬꼬마 공무원과의 시간적 괴리가 적어도 최소 3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차이가 납니다. 이곳에서 또 살아남은 사람들이죠. 교행 꼬꼬마가 보기에는 뭐든 척척 해내는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매일 같이 초과근무를 하며 그 간극을 메우려고 해도 도저히 메울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주 태평양 같은 틈에 빠져 버린 것 같습니다.


뭘 해도 느리고 어려워서 진짜 하루가 정말 빨리 갑니다. 뭔가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그들은 끝내고 집에 가고 홀로 초과근무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 나만 이럴까?

이런 식으로 한 달 두 달 하다 보면 '나만 이럴까?' 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학교마다 발령받은 동기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보게 됩니다. 뭐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같이 으샤 으샤 해서 가자고 하면 좋겠지만, 메신저에 있는 동기들도 각 학교의 신규공무원인 막내이다 보니 어떤 일이 급하게 터졌는데, 답변을 줄 수 있는 동기가 하나도 없게 되면 정말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용기를 내어 차석 주무관님에게 물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동기에게 도움을 못 받는 경우는 학교마다 고민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또한 차석 주무관님이나 실장님에게 물어봐서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그들도 교행 꼬꼬마가 하는 일의 일부만 알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교행 공무원의 특수성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각자의 포지션이 있고 그 포지션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고유업무이기에 누구의 터치도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무관'이란 호칭으로 불리게 됩니다.


연이도 같은 감정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초장수생이었던 연이는 만 40세의 늦은 나이에 교행직 공무원으로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동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장님과 차석 주무관님이 예전에 신규였을 때 급여 쪽 업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감정은 아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는 경우를 연이는 더욱 느꼈던 것이죠.



3. 잘하고 있는 건가?

업무를 겨우 겨우 어찌어찌해서 했습니다. 결재를 맡기 위해 전자결재를 올리면 어김없이 실장님이 찾습니다. 덧셈이 안 맞다던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관련 법인 학교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맞지 않고 급여의 세부적인 상황은 실장님이 해보지 않았지만, 예산과 결부된 부분을 보는 눈은 실장님들이 가지고 있어서 작성 관련 근거를 물어올 때가 있습니다. 급여업무는 거의 관련 법령이 있습니다. 넓게는 근로기준법, 좁게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내용과 여러 교재에 산재해 있는 기본지침들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을 숙지하고 자유자재로 적용하고 사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겨우 고생해서 올렸는데, 칭찬이 아닌 질타를 맞은 교행 꼬꼬마는 다시 보완을 합니다. 또 가서 깨지고 돌아옵니다. 다시 시작을 합니다. 이 같은 과정이 여러 번 거친 끝에 실장님이 봐줄 수 있는 부분을 넘어가 결재가 승인이 됩니다.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닙니다. 교육지원청 담당 주무관님은 그쪽 공문의 전문가이다 보니 보는 관점과 적용 법령에 대한 숙지가 남다릅니다. 미처 챙겨보지 못한 법령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다시 작성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렇게 순환과정을 거쳐서 겨우 하나의 공문을 완성한 교행 꼬꼬마는 본인이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진짜 교행에 내가 맞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까지 사람마다 시간이 문제지 모두 한 번 정도는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요. 아마 실장님도 차석 주무관님도 교행 꼬꼬마 시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꼬꼬마였다.


#1. 교행 꼬꼬마에게 전하는 짧은 조언

생각해보면 처음 하는 업무에 칭찬을 바라거나 잘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게 오만이지 않을까 합니다. 처음 공무원 준비를 할 때 베이스라고 적어도 잘하는 과목이 있었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영어가 발목을 잡고 있었을 것이고, 국어는 띄어쓰기며 어법이 자신이 한국 사람이고 한글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어렵나 하는 한탄을 하지 않았나요? 행정법이나 행정학,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완전 처음 보는 말들에 정신이 혼미하지는 않았나요? 맞아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랬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배운 적 없는 그런 과목들을 95점, 100점을 맞을 때까지 이해하고 암기할 부분을 적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때도 자기 전에도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외웠습니다. 문제가 나오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돌이표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적어도 3년에서 많게는 5년을 해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연이는 바보 같아서 10년이 걸렸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맞닥뜨려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새로운 환경과 사람, 특히 업무에서 좌절을 한 두 번 겪었습니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과목을 했던 경험을 불러와 본다면 이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자신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춰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2. 모르는  당연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칭찬해주세요.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습니까? 새로운 업무를 배워서 해내고 그것으로 급여를 받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연이가 두려웠던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 되어 교직원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 역시 오만과 자만이 가득 찬 생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규이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고 실수가 생기면 정정을 하면서 같은 실수가 두 번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에 어쩌면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바보'도 아니고 '나만 이럴까'도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하고 있습니다'.  공시생 시절 미친 듯이 공부하던 그 마인드로 교행 업무 마스터가 되기 위한 첫걸음의 마인드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오늘도 당신의 하루는 아주 특별하고 아주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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