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Sep 05. 2021

교행에 적합한 사람의 특징 5가지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저자 연이입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합격하고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지인들과 블로그를 통해서 아주 자주 물어봤던 질문 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교행 업무는 회계가 90%라는 데 수학을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이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교행 업무가 교직원의 급여를 계산하고 지급하는 급여 업무와 예산을 집행하는 지출 업무는 회계 업무가 맞지만, 그 업무가 90퍼센트는 아니죠. 그 회계 업무를 하기 위해서 예산을 짜는 편성 업무와 그 편성된 업무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허락을 받는 승인을 위한 간사 업무,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일정 금액이 넘는 경우 계약 업무가 동반되는가 하면 아예 회계 업무와 전혀 무관한 교직원들이나 일반인을 위한 민원 업무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수학을 못하는 데 교행 업무가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과연 수학을 못해도 교행 업무 수행에 괜찮을까?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학을 잘하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행 업무 수행에 수학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연이가 교행직 시험을 볼 때는 선택과목으로 수학, 과학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학 선택했던 동기들이 오히려 교행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의원면직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교행직 공무원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교행에 적합한 사람의 특징 5가지★★★


1. 작업기억이 높다.

처음 학교로 발령받아 근무하다 보면 기억해야 할 게 무수히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 번 누군가 알려주고 해 보고 안 까먹는 작업기억이 높은 사람이라면 정말 유리합니다.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비슷하게 따라 하기만 해도 업무의 반복성이 있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는 시간 차이가 있다 뿐이지 다들 적응을 합니다. 발령받아 쓰게 되는 프로그램인 나이스, K-에듀파인, 업무포털, 그리고 각종 4대 보험 EDI, 초과근무용 지문인식 프로그램 등등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을 알아야 하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사실 밖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딱히 발령받는 교행 꼬꼬마 공무원들에게는 다 같은 상황이지요.


단지 한글이나 엑셀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안다고 하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공문이 대부분 이 두 프로그램에서 작성한 것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익숙하다면 정말 유리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이는 한글을 사용해봤지만, 엑셀은 학교에 와서 처음 사용했고, 모두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물어물어 알게 된 엑셀 지식으로 아직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멀티가 된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한 가지 일만 맡게 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일이 하나 끝나고 다음 일이 일어나고 이런 일은 또 없습니다. 많게는 3~4개의 일이 동시에 발생이 되고 모두 끝마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인건비 공문을 작성하면서 교직원 급여업무를 해야 하고 틈틈이 오는 민원업무를 먼저 해줘야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교직원들이나 일반인들이 학교에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전화까지 받아가면서 일을 하는 경우라면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는 것처럼 머리가 핑~ 돕니다.


멀티가 되는 분이라면 교행에 진짜 적합한 사람이겠죠. 아니라면 멀티가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왜 이렇게 강조를 하느냐 하면 멀티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의원면직의 길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이유가 그렇게 되는 것을 사전에 조금이나마 막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기들 중 의원면직을 한 동기들의 특징이 이 멀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멀티가 된다는 말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이 있지만, 한 달, 석 달, 1년을 끌어야 끝내는 일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요. 지금 한 일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된다는 말입니다. 어떤 업무는 한 번 꼬이면 그 꼬임이 꼬리를 물어 다음 일에 연관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처음에 대충 마무리 짓고 나면 다음에 연관되어서 하는 일에 영향을 미쳐 그 이전에 끝낸 일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것을 봐주실 만한 관리자가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3. 인간관계에 적극적이다.

학교에 발령을 받으면 특히나 3가지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업무, 장소, 사람. 이 중에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해요. 처음 학교로 발령을 받으면 대부분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그 학교에서 적게는 6개월 많게는 1년 6개월을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거의 2년마다 인사발령을 받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교행 꼬꼬마가 아니라 최소 5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을 그쪽에서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그들 사이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있는 곳에 녹아들어 원래 있던 사람처럼 지내고 일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면 독자노선을 걷는 분들이라면 사실상 답은 없습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할 일을 1인분 몫을 해내면 참 이상적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죠. 각자의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날도 있고 업무 숙지 능력이 모자라 그 업무를 못 해내는 경우도 있고, 처음 하는 업무도 있죠. 바로 그것입니다. 교행 꼬꼬마는 교행 업무는 모두 처음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먼저 들어와 일하고 있는 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들의 배려로 본인이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면 안 됩니다.


인간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말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라는 말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대한 그들의 능력을 흡수해서 빨리 성장해야 합니다.



4. 감정의 절제력이 높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主人)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김소월 '초혼'의 일부

학창 시절 시에 대한 해석 중 위의 김소월의 '초혼'이란 시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시가 있는 반면에 '감정의 절제'란 부분이 있는 시가 있었습니다. 감정의 절제가 감정이 없는 무감정의 아주 시니컬한 그런 차갑고 그런 상태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전해져서 상대방이 먼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나도 억울하다며 감정적으로 대응을 한다면 나중에 분명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가 감정을 드러내고 대응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나오게 됩니다. 이런 경우 감정을 절제하고 그들이 화난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 방향성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해결이 되면 화를 낸 사람도 오히려 해결이 되어서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게 되고 나중에 만나서 그때는 저도 기분이 그랬다고 얘기를 하면 조금 더 유연한 업무 해결이 됩니다.


감정노동이 있는 부분은 3번의 인간관계에 적극적이다란 부분과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 특징이죠. 사람들과 친해지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가 아주 물 흐르듯 진행이 됩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그들도 나를 알고 나도 그들을 알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해하는 말보다는 문제 해결에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을 하려고 하지요. 그 사이에 살짝 웃음도 섞여 나오기도 하고요. 이 부분은 감정의 절제보다는 공감하는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입니다.



5. 회복탄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회복탄력성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위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회복탄력성이 없다면 아마 엄청 힘들게 버티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깨지기 쉬운 유리잔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잔은 붙이더라도 금이 남아 있죠. 마음의 에너지는 한순간에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기도 하고 바닥이었던 마음의 에너지가 한순간에 급속 충전되기도 합니다. 관리자나 상사에게 좋은 소리만 들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지요. 그러면 마음의 에너지는 점점 줄어듭니다. 아침 일찍 만땅으로 채워놓은 마음의 에너지가 저녁 퇴근할 무렵이면 진짜 바닥을 드러내는 날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이죠. 가득 채워지지 않은 채로 또 나무람이나 꾸지람을 들었다면 진짜 버틸 대로 버틴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진짜 의원면직에 가까워지는 날이 있어요. 상사의 꾸지람과 책망은 감정이 실렸다면 마음의 에너지로 방패를 삼아 막아냈다고 해도 금방 바닥이 납니다. 어찌어찌 KO는 아니지만, 살아남았다고 해도 남은 근무시간은 거의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그렇게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인 날은 찐친, 찐동기를 만나 충전을 해야 해요. 그런 친구, 그런 동기 하나 꼭 만들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눈을 감고 가장 자신이 따스했던 기억을 빠르게 소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대기시키는 게 좋습니다.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아마 가장 연이가 탑재하고 싶은 능력입니다. 연이는 위의 능력 중 1번을 빼고는 거의 없는 상태로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마 그렇게 두 번의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조금은 저기에 있는 능력들을 조금씩은 보유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끝으로 이 글이 일반인 중에 교행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되었으면 하고, 교행 꼬꼬마가 본다면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그대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