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저자 연이입니다.
위 주제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제9화에 나오는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고자 기획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a04cfbf5a6fc4d0/31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합격하고 교육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가 발령받고 나서 교행 꼬꼬마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생경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교육연수원에서 동기들과 교육을 신나게 듣고 점심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연수의 마지막 날이 다가와 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전체 동기 모임이나 마음에 맞는 동기들끼리 소모임을 가지면서 앞으로의 교행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내 편을 만들기 최적의 시간이 교육연수원 교육 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교육연수원에 모여 교육을 받는 집합교육 대신 줌으로 비대면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죠. 누가 동기인지 알 수 없고 사실상 만나야만 쌓이는 감정들의 최종 진화인 친분이 유지가 되는데, 그것을 할 수 없어서 서로가 묻기에도 어색하고 힘들죠.
그렇게 내 편이 없는 상태에서 각 학교로 1명씩 발령을 받고 나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어, 뭐지?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거지?
불안은 위협이나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정상적인 불안은 두려움에 근거를 두고 일어나며, 중요한 생존 기능으로서 역할을 합니다.(중략) 불안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수행 효율성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나, 이는 일정 수준까지만 해당합니다. 불안이 더 증가하면 수행 효율성이 감소합니다.
-코넬 의과대학의 존 반힐 박사의 '불안 장애의 개요'-
불안은 새로운 것에 대한 어쩌면 일종의 거부감이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감정의 변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불안이 증가하면서 일정 수준까지는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불안은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네요.
합격하지 않았으면 불안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면 합격하지 않는 게 나을까요?
궤변이지요? 맞아요. 저런 쓸데없는 생각은 버려야 할 생각이지요. 하지만, 저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경우에 빠지지 않으려면 알아야 해요.
불안의 정체를.
교행 꼬꼬마가 마주하게 되는 불안의 정체를 알면 적어도 머리로 이해하게 되니 따라오는 감정을 스스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교행 꼬꼬마가 맞닥뜨리는 새로움 3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발령지가 학교라고 하면 막연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부하던 장소라 익숙할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행정실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다들 처음 가보는 장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등학교로 발령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초등학교로 예시를 삼아 얘기를 진행할게요. 학교가 본인이 졸업한 학교에 발령을 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서 발령받으면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고,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그저 하나하나가 새롭습니다. 아주 심한 경우는 낯설어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도 합니다.
이런 낯섦이 하나의 불안으로 작용해요. 이 장소에 대한 새로움은 다른 새로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익숙해집니다.
해결책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배치도를 뽑거나 1층 현관에 보면 배치도가 있습니다. 그걸 휴대폰 카메라에 찍어뒀다가 교장선생님에게 결재를 맡을 일이 있을 때나 행정실을 벗어나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틈틈이 쭉 둘러보고 눈으로 몸으로 익히는 겁니다. 연이는 이것을 몰라 첫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 발령날 때까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 행정실, 교장실, 교무실, 식당, 화장실, 그리고 화단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급여 업무를 하느라 정말 시간이 없을 테지만, 잠시 꼭 시간을 내셔서 학교탐방을 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려서 한 공간 또는 학교라는 큰 울타리에서 근무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인간관계망이 형성이 됩니다. 초중고 들어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한 반으로 배정되죠. 과연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걱정을 합니다. 결혼한 여성분들은 딱 시댁에 갔을 때의 그 낯선 느낌을, 남성분들이라면 군대에서 자대 배치받아서 내무반에 딱 들어섰을 때의 그 오묘하고 생경한 느낌을 떠올린다면 딱 맞을 거예요. 정말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아 빨리 집에 갔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사람마다 안정감을 느끼는 거리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발령을 받아서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그 안정감을 느끼는 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답니다. 이 불안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나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할 거예요.
방. 법. 이. 있습니다.
해결책
해결책이나 방법이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은 금방 사람과 친해집니다. (연이는 그렇지 못해요. 사실 엄청 내성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분석을 해봤어요.)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요. 이 사람은 이 정도까지는 허용을 해주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나는 경우까지 번지죠. 저 사람은 또 저렇고 하는 이런 규칙을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은 잘 찾아냅니다. 그렇다고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처럼 되라고 하면 그것은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이고, 가뜩이나 새로운 업무에 진이 빠지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을 개조하고 싶고 개조할 자신감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죠. 최소 28년 이상 동안 '나는 나'로 살다가 다른 누군가처럼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사람은 변하면 죽는다는데, 그렇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시간'이라는 아주 귀한 방법이 있어요. 사람 관계는 절대 '1+1=2'처럼 수학적으로 정답이 나오는 관계가 아니죠. 그리고 모든 사람과 아주 잘 지내고 친분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다리는 것입니다. 사람 관계가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서로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서로가 기다리는 거죠.
셋째, 새로운 업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교행 꼬꼬마에게는 이것일지 모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준비했고 알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수없이 많은 알바를 해본 사람이나 교행 업무를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이제까지 했던 어떤 일과도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연이 역시 수많은 알바를 하면서 익혔던 업무 스킬들이 거의 쓸모가 없을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독립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새로운 장소와 사람은 어떤 알바를 가든 마주치는 환경요인 중에 하나입니다. 알바를 고를 때 내 능력, 즉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고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어느 정도 스킬이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빛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익숙해짐에 시간이 짧게 걸리죠. 하지만, 세 가지가 모두 낯설고 생경하면 문제가 달라진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합니다. 아마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업무 중 생경한 단어, 예를 들면 '원인행위, 지출결의, 과목경정, 관련대호, 수신처 등'을 마주하면 '멍'해집니다. 이 단어들에 대한 뜻을 설명해줄 '친절한 금자씨'는 없습니다.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APPLE'이란 영어단어를 들으면 한국어 '사과'가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과일의 사과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원인행위'를 들으면 사실 그 의미는 모르지만, 어떤 것을 하는지는 알고 실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해결책
공시생 시절 진짜 노베이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과목을 공부한 적이 있다면 해결책을 쉽게 찾고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연이에게는 행정법이 그랬답니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고 그 속에 있는 단어 역시 어려워 과연 친해지고 익히면 정말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얻을까 생각했습니다. 여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은 공부시간을 말합니다. 정말 공부를 하셔야 해요. 급여업무를 대부분 맡게 되니 그에 대한 교재가 이쪽저쪽에서 입수가 되는 대로 모두 익히세요. 공시생 시절 공부하는 것에 진짜 반의 반만 하는 정도의 시간만 투자해도 완벽은 아니지만, 완벽의 흉내는 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죠. 하지만, 한 달 두 달 급여를 주다 보면 돌고 도는 규칙이 보입니다. 그리고 교육지원청 복지재정과 부서업무자료실에 있는 각 달마다 급여 유의사항을 숙지하시고 급여를 진행해보세요.
틀리면 어떻게 해요?
틀리면요. 괜찮습니다. 고칠 수 있습니다. 급여를 더 주셨으면 더 준 사람에게 얘기를 해서 다음 달에 환수하시면 되고요. 급여를 덜 주셨으면 다음 달에 더 주시면 됩니다. 수정의 기회가 항상 있습니다. 그러니 졸지 마세요. 하지만, 이것은 있습니다. 자주 틀리면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됩니다. 참 피곤해집니다. 근로자의 급여가 계속 틀리게 주면 급여 담당자의 신뢰성은 추락합니다. 잘 지급을 해도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러니 업무를 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는 계속해야 합니다. 중요사항이나 틀리기 쉬운 사항을 1장으로 요약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든가 아니면 클리어파일에 모아 모아 자신만의 책으로 급여업무 단권화를 만들도록 하셔야 해요.
새로움을 마주한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길 고대합니다.
다른 면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교행 꼬꼬마가 '새로움' 3가지를 '익숙함'으로 만들려고 열심히 내부적·외부적으로 변화가 되는 동안, 그 옆에서는 교행 꼬꼬마에 적응하려고 열심인 행정실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들도 나름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그리고 교행 꼬꼬마가 힘을 내어 행정실에 잘 녹아들어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되길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교행 꼬꼬마가 안다면 힘이 나겠죠?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습니다. 아주 꿀잠이 쏟아질 거예요. 잠자리에 누워 잠을 자기 전에 본인을 위해 칭찬해주세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