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일기] #09. 58전 57패 1승

by 연이

연이에게 남아 있던 12일이 모두 지났다.


6월 27일 지방 교행직 9급 시험일.


시험장소로 걸어가는 공시생들의 발걸음을 따라 연이도 그 뒤를 이었다.


58번째 시험.


수많은 시험을 보는 동안 떨리지 않은 시험은 없었다. 하지만, 58번째 마지막 시험은 떨리지 않았다. 마지막 그 떨림이라도 간직하고 싶었는데, 떨리지 않았다. 이상했다. 시험 시작 전이라 수험생의 마지막까지의 공부는 계속되는지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이는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연이는 12일 간 57번의 시험에서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다. 1점, 2점 차이로 떨어진 수많은 시험과 이번에 엄청난 차이로 떨어진 시험과의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연이에게는 3가지의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연이의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

연이가 대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공무원은 정말로 박봉에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연이는 공무원 시험에 임했었다. 어쩌면 되고 싶지 않은 이미지의 전형이 공무원이었기에 연이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변하고 변했는데, 연이의 공무원 이미지는 변하지 않고 그 시절 그 이미지로 고착되어 있었다.


둘째, 연이는 남들이 시험에서 하는 전략을 모방했다.

연이의 공부방법은 남들과 달랐는데, 시험 푸는 순서는 그들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했다. 다른 과목을 최대한 빨리 풀어 시간을 확보하고 그 확보한 시간을 모두 영어에 몰아주는 방식의 전략이 그것이었다. 연이는 그것을 그대로 실행했으나, 그것이 맞는 줄 알고 수많은 시험에서 떨어졌다. 왜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셋째, 연이는 최대의 능력을 개방하지 않고 시험에 임했다.

연이는 처음에 조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자리 잡아 있었나 보다. 뭐랄까? 연이의 능력의 70~80% 정도의 능력만 사용했었다. 아주 오만하고 불손한 마음가짐이었다. 이는 연이의 공무원 이미지상과 닮아 있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이 고착해있기 때문에 초장수 공시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했을까?


연이는 이렇게 세 가지로 자신에 대한 반성과 분석을 마치니, 답이 나왔다. 공부한 것은 머릿속에 모두 있다. 그저 연이가 끄집어내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다.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연이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남들의 시험전략이 아닌 연이만의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연이는 영어를 제일 먼저 풀고 싶었으나 남들의 전략이 그럴듯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합격을 했기 때문에 그리 했지만, 그 방법은 연이에게 맞지 않았다는 것은 수많은 시험에서 증명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었다. 그래 영어를 먼저 풀어보자. 어차피 마지막 시험이니까. 포기가 아니라 연이의 내면의 마음에게 얘기하는 소리였다.


연이는 12일 동안 매일 같이 반나절 이상 눈을 감고 수 천 번의 시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두 달 동안 눈싸움을 하면서 했던 방법이 지금 이렇게 고마울 줄은 몰랐다.



연이는 책가방을 가지고 왔으나 책이나 요약노트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연이도 그들처럼 가지고 왔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연이는 다시 눈을 감고 연이의 마음에 집중했다.


시험 시작을 위해 감독관이 답안지와 시험지를 배부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시험종이 울렸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오자. 여기서 나갈 때 남아 있는 것이 없게 하자. 연이야, 마지막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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