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달이 나다
사고나 탈이 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2014년 9월 말, 연이는 도서관에서 웬만하면 잠이 들지 않는데, 그날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이상하게 눈이 감기는 통에 잠시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잠이 들었다. 무언가 놀라 잠에서 깬 연이는 왼쪽 눈이 이상했다. 아마 눈이 팔에 눌려 잠시 동안 초점이 안 맞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지만, 한참을 뿌연 상태가 지속이 되었다. 앉은 상태로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다가 도서관 통유리창 너머 멀리 있는 풍경을 보았다가 다시 시계를 보았다. 그러길 30여분이 지나자 분침의 숫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별일 아니겠지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눈이 뻐근하고 아프기까지 했다. 화장실에 가보니 왼쪽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안약을 넣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 감기조차 걸리지 않아 병원을 가지 않던 연이에게 병원은 낯선 장소였다. 특유의 차가운 향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연이의 지친 마음을 더 강하게 끌어내렸다. 접수대에 가서 접수를 하고 대기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아침보다 더 뻐근하고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30분이 지났을까? 대기환자가 많아 기다림에 지쳤을 때즈음 연이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 선생님의 주문에 따라 처음 보는 장비에 턱과 이마를 대고 현미경 렌즈처럼 보이는 곳을 응시했다. 반대편에서 의사 선생님도 다른 렌즈를 통해 연이의 눈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문진을 진행했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어제 잠시 도서관에서 잠이 든 이후부터 뿌옇게 잠시 보이더니, 그날 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눈이 이렇게 되었어요."
"유행성 결막염입니다. 전염성이 강해서 가족들과 수건을 같이 사용하면 안 되고요. 처방해주는 약을 빼먹지 않고 복용하고 항생제 안약과 소염제 안약을 2시간마다 넣으셔야 해요."
"치료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도서관은 갈 수 없나요?"
"최소 2주 동안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치료기간은 3주에서 4주는 걸릴 겁니다. 도서관이요? 전염성이 강해 다중이용시설은 이용하시면 안 됩니다."
연이는 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도서관을 갈 수 없다는 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눈앞이 깜깜했다.
먹는 약과 안약 2종류를 넣은 약봉지를 받아 들고 나오는데, 처음에는 기가 차고 그냥 생길리는 없고 누구에게 전염이 된 것인데, 참 알 수 없었다. 이를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약도 먹고 안약도 의사 선생님 말대로 2시간마다 철저히 넣었는데도 차도가 보이지 않고 더 심해져만 갔다. 3번째 안과를 방문했을 때는 유행성 결막염이 각막까지 침투해서 유행성 각결막염이 되었고 양 눈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었다. 더 많은 약과 안약과 안연고까지 약봉지가 아닌 커다란 봉투에 담긴 약들로 연이의 눈은 심각한 지경에 빠졌다.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인데 눈이 좋아질 기미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시력이 좋아 안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고 볼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공부를 그만하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의지가 약해진다. 공부를 하며 전의를 불태워도 모자랄 판에 눈과의 싸움에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호로록 날아가버렸다.
그렇게 9월 말에 시작된 연이의 눈싸움은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승부가 났다.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거의 만 두 달 동안 끝날 것 같지 않은 눈싸움에 막이 내렸다. 쉬지 않고 9년을 공부한 것이 이 사달이 난 것 같다. 2015년 10년 차 시험에 막판 스퍼트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