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일기] #06. 나름의 돌파구

by 연이
돌파구
부닥친 장애나 어려움 따위를 해결하는 실마리.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도서관 귀신이 된 연이는 벌써 8년 차 공시생이었다. 고시도 아닌데 공무원 시험에만 벌써 8년째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싶다. 1점 차이라는 마약 같은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의 손은 8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게 했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그날로 돌아간다면 과연 이 시험을 준비한다고 다시 마음을 먹을지 의문이었다.


연이를 비웃던 친구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아마 연이가 수 년째 연락을 받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승자의 미소를 띠며 자신이 말했던 게 맞다고 그것 봐봐 안 될 것이라고 했던 그 말을 자랑하며 다닐 걸 생각하니 한편으로 울화가 치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 연이는 결과가 없는 반백수 초장수 공시생이니까. 하! 한숨이 나온다. 그러면 안 되는데, 연이는 분명 자신을 믿고 달려왔는데, 이제 조금 힘이 빠진다.


연이는 휴대폰이 없었다. 그저 휴대폰은 연이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그리고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기 관리에 철저히 하며 도서관과 집 이외에는 어떤 것도 연이의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시험에 떨어지고 공허한 마음이 들면 계양산에 정상까지 뛰어올라가 계양산 정상에 서서 아주 작아진 건물들과 점처럼 보이는 차들과 그 사이에 더 작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의지를 다지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연이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생각 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컴퓨터로 검색하던 중 발견하게 되는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글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연이도 여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공무원 준비생인 공시생들을 위한 조언이지만, 사실상 연이가 연이에게 보내는 경고에 가까운 글이었다.


합격이란 무엇일까요? 합격의 비밀
공무원 시험 중 행정법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유
공무원 시험 합격을 위한 절대적 진리
[공무원 시험 합격] 무슨 과목을 전략과목으로 할까요?
공무원 시험을 우습게 보고 덤비려는 당신에게 날리는 경고


이런 제목으로 올린 글들이었는데, 연이처럼 뭣도 모르고 무작정 공무원을 하겠다고 덤비는 그런 사람들에게(사실상 연이를 포함하여) 일침을 날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2013년 겨울은 가고 9년차 2014년이 오고 있었다. 2014년의 연이는 어떤 일이 있을까?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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