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일기] #05. 도서관 귀신

by 연이

알람이 울린다. 띠띠띠~~~


5시다. 연이의 아침이 시작이 되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 오르막에 즐비한 여러 빌라들과 주택들을 30여분 연이의 발걸음 속도만큼 천천히 뒤로하면 도서관에 도착한다. 연이는 도서관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5년째 다니고 있는 그곳으로 발을 디뎠다.


오늘따라 무인좌석발급기 앞의 사람이 많다. 아무래도 오늘은 몇 개의 전용좌석에 앉지 못할지 모르겠다. 어떤 자리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 좋은 자리이나 도서관 창가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이 책에 반사되어 공부하기 좋지 않은 자리가 있고, 구석진 자리이지만 LED 등의 빛 반사도 없고 햇빛의 눈부심도 없는 명당자리가 있다. 그런 좋은 자리들은 도서관 귀신들은 아주 잘 찾는다.


무인좌석발급기의 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연이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다. 6시 도서관 개방시간에 맞춰 이곳에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경쟁자이자 안타까운 동료이다. 지옥 같은 수험생활을 서로가 페이스메이커를 해주며 '저 사람이 아직 공부하네.' 하며 더 열을 올리며 터진 코피를 휴지로 틀어막고 고개를 젖히면서도 묘한 경쟁이 되어 왔다.


연이는 자신의 차례까지 명당자리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은 한 자리가 연이에게 할당되었다. '아싸'를 외쳤지만, 그 누군가가 분명 이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낙오가 되었음을 짐작했다. 도서관 열람실은 도서관 꼭대기에 있어서 걸어 올라가는 동안 심호흡을 하며 오늘의 공부할 것을 되뇌었다.


도서관 열람실의 공기는 여전히 누군가의 열정이 묻어 있고 열망으로 가득 찬 어쩌면 숨이 턱턱 막힐듯한 심장이 두근거리는 공기다. 그 공기를 따라 열람실 책상에 앉아 다들 자신의 공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신경이 쓰이는지 노랑 철 표지를 쭉 펴서 위아래를 더블 클립으로 집어서 자신만의 가림막을 만들고, 앞자리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 역시 물건을 올려놓아 앞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했다.


연이를 포함한 그들끼리 무언의 격려를 하며 눈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9급 시험이 모두 끝났고 그들도 연이도 여전히 도서관에 남아 있다. 도서관 귀신이 사라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합격을 해서 이곳을 훨훨 날아가든 아니면 오랫동안 열을 올리던 공부를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자발적으로 나가는 방법이다. 매년 시험이 마치고 나면 도서관 귀신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연이도 도서관 귀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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