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잡다
어떤 일에 꽉 잡혀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공무원 준비한 지도 3년 차에 들어섰다. 연이는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국가직 9급, 지방직 9급, 서울시 9급, 국회직 8급, 국가직 7급까지 모두 보았다. 시험을 많이 쳐야 기회가 많을 줄 알았다. 처음에는 7급으로 준비하던 연이었기에 모두 시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맞지 않는 과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경제학, 행정학, 행정법, 한국사가 그 과목이었다. 경제학과 행정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사와 행정법을 못하고는 절대 붙을 수 없는 시험이 공무원 시험이라 이 과목들은 꼭 뛰어넘어야 할 과목이었다.
하지만, 그 과목들이 발목을 잡았다. 연이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과목들에 3년이란 시간이 송두리째 잡혀 버렸다.
1점 차이로 떨어진 시험이 여러 번.
국가직 9급, 지방직 9급에서도 붙을 것 같은 그 느낌이 들었다. 처음이라 축배의 잔인 줄 알았는데, 연이의 앞에 있는 잔은 고배의 잔이었다 . 왜 마시고 싶지 않은 그 고배의 잔을 자꾸 권하는지 모르겠다.
연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서울시 9급에 도전을 했다.
시험장소는 정말 멀었다. 여기는 어머니와 몇 년 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던 도봉산 가는 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중학교였다. 2시간 10분 정도의 거리를 연이는 지하철과 전철을 환승하며 찾아갔다. 서울시 시험은 지역제한이 없기에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온 지방에 사는 수험생도 있었고 연이처럼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올라온 수험생도 있었다. 학교 앞에서 다들 시험 잘 보라는 말을 뒤로하고 수험생의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으로 인한 느려진 것인지 비탈진 경사로 때문에 느려진 것인지 알 수 없이 힘겹게 시험장으로 다들 들어섰다. 연이도 그들을 따라 한 발 짝씩 걸음을 내디뎠다.
몇 년간 연이는 4층짜리 건물에 4층, 5층짜리 건물에 5층에 배정받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매번 고배의 잔을 기울였지만, 오늘은 그 룰을 깨고 3층에 배정을 받았다. (이게 연이에게는 시련으로 다가올지는 연이는 그 당시에는 상상을 못 했다.) OMR 답안지가 나눠지고 얼마 안 있어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연이는 손바닥에 땀이 나는지 손을 털어 긴장을 풀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을 흘러 시험종이 울리면서 시험이 시작이 되었다.
시험이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연이의 귀를 의심하며 무아지경 속에서 문제를 풀던 연이의 고개를 잡아끌었다. 수험생들이 한 두 명에서 조금 있으니 더 많은 수험생들이 의자 위로 튀어올랐다. 다들 바닥의 무언가에 놀라 그것에 움직임에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잠시 눈을 의심할 정도 큰 쥐가 시험장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감독관도 그 크기에 놀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앞뒤 문을 열어 쥐를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는지 청소도구함에서 쓰레받기와 밀대를 가지고 빠르게 치고 가고 있는 감독관이 보였다. 감독관 한 명은 상황을 보고 하러 가고 없었다. 그렇게 3여분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다시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으나 연이는 집중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날 해프닝은 어디에도 보도가 되지 않았고, 연이를 포함한 그 당시 그 교실에서 시험 본 수험생은 결국 그 누구도 붙지를 못했다. 어이없게도 쥐에게 덜미를 잡혀버렸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이라는 자존심은 발목이 잡혀 바닥을 냉패겨처진 느낌이었다. "걔가?" 하던 한 때 친구였던 그 녀석의 비웃음이 연이의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