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다
1.이치에 닿지 아니하거나, 그럴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
2.수준이나 분수에 맞지 아니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2006년 지방직 시험을 보고 나오는 연이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몰려나오는 수험생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시험 삼아 시험을 봤는데, 몇 문제 못 풀기는 했어. 공부 안 해도 이 정도면 조금만 공부하면 붙겠는 걸."
자신만만한 그 수험생의 뒷모습이 어찌 부러운 걸까?
연이는 모두 마킹은 했다. 하지만, 모르는 문제뿐만 아니라 알쏭달쏭한 문제가 여럿 보였다. 그런데, 저 사람은 조금만 공부하면 이까짓 시험 정도야 우습다는 식이었다. 자신만만한 그 사람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연이는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다. 다들 어디론가 목적지가 있는 듯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험장에 있던 수험생도 플랫폼에 서 있으니 목적지가 있는 그들과 구분을 할 수 없다. 그렇게 그들은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처음 시험은 뭣도 모르고 보는 시험이라 대비는 한다고 해도 실제 시험을 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다.
국어 60, 영어 95, 한국사 65, 행정법총론 75, 행정학개론 60점
평균 72점. 턱도 없는 점수.
그렇게 2006년 초반 시험을 봤을 때는 불합격의 고배는 계속되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당연한 결과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험들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 차에 돌입하면서 이제는 조금 알 듯한 시험에 열을 올리며 시험에 집중했다.
결과는 또 참패였다.
5점 차이, 2점 차이, 1.5점 차이로 떨어진 시험들.
그래 합격의 언저리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뿐이었다.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앞이 막힌 동굴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하면 무엇인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이는 그저 저 합격선이 만점인 것처럼 그 한계만 넘으면 붙을 줄 알고 있었다. 문득 연이는 그저 처음 보았던 그 시험장에서 나온 자신만만한 그 수험생처럼 '조금만 더 하면 붙겠는 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