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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07. 2021

[교행일기] #3. 주무관, 호칭

기분 좋은 낯선 호칭

주무관, 낯선 호칭에서 느껴지는 소속감


연이는 행정실에서 나오면서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분과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어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와봤기에 교문을 나와 왼쪽으로 돌면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 근무지 탐색의 결과로 얻은 익숙함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학교 전체를 눈에 담으려고 했다.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꾸기 위해 보고 또 보았다. 그날 저녁을 막 먹은 후 6시 즈음 되니 그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분: 주무관님 OO초입니다. 1월 3일 12시쯤. 업무 인수인계와 급여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연이: 네. 11시 30분까지 학교로 가겠습니다. 새해인데 너무 죄송합니다.


오후 9시가 되어서 급한 일이 있다며 3일 일요일에 시간이 안 되어서 1일에 보자고 메시지가 다시 왔다. 언제든 연이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OO초로 발령이 확정이 되면서 검색사이트에 교행, 교행 업무에 대해 검색을 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글들이 맨 처음 등장했거나 광고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글들이 연이의 눈을 어지럽힐 뿐이었다. 일을 알려주겠다니 그것도 황금 같은 휴일에. 죄송할 뿐이었다. 


그러다 메시지를 다시 봤다. 그분이 연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참 낯설었다.


주무관



그러고 보니 사회에서 알바를 했을 때 ‘연이 씨’로 불린 것 말고는 다른 호칭으로는 불려보지 못했다. 


‘그럼 그분은 이 주무관님이구나.’


'주무관'이란 단어가 입에 붙지 않아 계속 연습을 했다. 낯선 호칭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사회에서 학교를 바라보면 그냥 그들은 모두 ‘공무원’이다. 따로 그들끼리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12월 마지막 날     


연이는 꼭 합격하고 나면 공부한 곳인 도서관을 둘러보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근무를 하다 보면 또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치일 것이고 이 고마운 마음도 서서히 잊을 것이다. 그런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눈을 감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치열하게 열을 올리며 엉덩이뼈가 아파 더 이상 앉지 못하고 서서 공부를 했던 과거의 연이를 마음에 담아 가려고  했다.     


'그날이 오늘이라니.'


도서관에 도착했다. 여전히 열람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공시생 때는 그렇게 부담되던 도서관이 지금은 그리 마음이 찡한지 모르겠다. 장소는 변하지 않았는데, 마음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클 줄 몰랐다. 연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과거의 연이와 만나고 있다. 합격하고 나니 도서관의 다른 부분이 보였다. 도서관 자료실 앞에 있는 조직도, 그 속에 있는 사람들 앞에 있는 호칭, 연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그분이 나를 부를 때 쓰던 호칭인 주무관이 보였다. 


도서관 현관에 들어오고 나갈 때 사람들에게 열람실 배정 키오스크를 설명해주고, 키오스크가 안 되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던 분도 주무관이란 호칭을 달고 있었다. 본청 소속으로 들어가는 도서관 역시 갈 수 있었다. 연수원 동기 중 도서관으로 발령 난 동기가 있었다.(5년 후 연이는 도서관으로 발령이 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그분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는 말을 걸었다.

“3층 열람실에서 공부하던 연이라고 합니다. 제가 1월 1일 자로 OO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어요. 이제 여기는 가끔 밖에 못 올 것 같아요.”

그 주무관 님하고는 눈인사만 하던 사이였기에 안면이 있었다. 내 소식이 궁금했었는지 눈이 동그래지면서 정말 반가워하셨다. 열람실에 자주 오던 사람이 안 오면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떨어져서 포기하고 안 오거나 합격해서 더 이상 도서관을 찾을 시간도 이유도 없던가라고 했다. 이참에 도서관에 책 빌리러 올 때만 오고 다른 이유로는 오지 말라고 했다. 


연이는 한 번 더 인사하고 도서관을 나섰다. 그렇게 12월 마지막 날의 해는 서쪽으로 지고 연이의 그림자는 동쪽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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