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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08. 2021

[교행일기] #4. 인수인계

보고 또 보는 인수인계

버스여행의 시작     


‘김밥을 좋아하시려나? 약속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쳐져서  나가서 먹지는 못하겠지?’     


연이는 김밥집에 들러 김밥 세 줄을 샀다. 1월 1일에 일부러 나와서 업무 인계인수를 해주는 그분, 이 주무관하고 먹으려고 했다. (설마 세 줄이 모자라지는 않겠지?) 김밥을 쌀 때 마지막에 바른 참기름의 고소함이 쿠킹포일을 뚫고 콧속으로 전해졌다.


1월의 찬바람에 가방에 넣은 김밥은 금방 식어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배차시간은 길었고, 버스정류안내시스템의 버스 도착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OO초등학교까지 가는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겠다고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때마침 다른 방법으로 갈 수 있는 버스가 1개소 전에서 '출발'이라고 나와 있었다. 연이는 가방을 고쳐 메고 버스카드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렸다. 


이번 버스는 상당히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파란색 버스는 쥐를 잡으러 가는 고양이처럼 빠르게 질주했다. 고양이 버스는 이전 버스와는 다르게 대교를 건너는 것까지만 같고 중간에 갈라지는 길로 들어섰다. 또 그쪽 길은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아파트 단지를 돌지 않고 바로 숲길을 지나고 묘가 많은 곳을 지나갔다. 고양이 버스와는 대형마트에서 헤어졌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야 했다. 연이에게는 돌고 돌아 1시간 30분이 걸려 초등학교 앞에 내리는 것보다 이렇게 1시간만 타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연이는 걸어가면서 학교가 위치한 동네를 둘러보았다. 빌라가 밀집한 동네를 지나 아파트가 들어선 곳으로 오니 대형 빌딩에 빵집, 커피숍, 떡집, 치킨집 등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나왔다. 나름 학교 주변은 이곳의 핫플레이스였다. 학교까지 걸린 총시간은 1시간 10분.


‘앞으로 출근은 고양이 버스 너로 결정했어.’


주말에 오니 학교는 주중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교문은 살짝 밀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몸을 집어넣어 행정실로 오르려다가 학교 벽에 붙어 있는 홀쭉이 거울과 뚱뚱이 거울이 연이를 붙잡았다. 한 번은 홀쭉이 거울에, 또 한 번은 뚱뚱이 거울로 자리를 옮겨가며 자신이 비치는 모습을 보았다. 연이는 연이인데, 다르게 보였다.


행정실 사람들과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직원, 학생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1월 1일, 인수인계 시작


"안녕하세요."

행정실 문을 천천히 빼꼼히 열고는 연이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주무관은 이미 벌써 김밥을 먹고 있었다. 김밥을 입에 문 채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연이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김밥이 세 줄 중 몇 개가 빠져 있었다. 


"점심 안 먹었죠? 같이 드세요."

이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방에서 아까 산 김밥을 꺼냈다. 서로가 바라보며 잠시 웃었다. 김밥이 여섯 줄이 되었다. 배부르게 김밥을 먹고 커피를 타 가지고 자리로 왔다. 연이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잠시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뭔가를 빠르게 찾았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잠시, 녹음해도 될까요?”

연이는 이 주무관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인수인계라고 쓰여있는 엑셀 파일을 열더니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엑셀 파일에는 급여, 세입, 기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다. 급여는 말 그대로 급여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세입’이라는 말은 그냥 한 번 들어서는 감이 안 잡히는 단어였다.


이건 이렇게 입력하고 요건 요렇게 입력하라고 했다. 연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반의 반도 아니 10분의 1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국어지만 그저 빠르게 흘러 지나쳐 버리는 외국어처럼 들렸다. 보이는 것은 눈으로 따라가고, 들리는 것은 귀로 쫓아가며 머리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의 인수인계는 끝났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머리는 묵직했고, 잊지 않으려 마음이 바빠졌다.     


집으로 돌아와 녹음된 파일을 들으며 컴퓨터로 복기를 하였다. 일일이 들으면서 타자를 쳐서 소리를 글로 만드니 한 10장은 넘었다. 틀린 글자가 있나 한 번 살펴보고는 인쇄를 눌렀다. 휴~~ 완성했다. 혹시나 해서 이 주무관에게 그 파일을 받을 수 있을지 메시지를 남겼다. 1월 3일이 되자 이 주무관님이 학교에서 보았던 인수인계 파일을 메일로 보내줬다.


보고 또 보는 인수인계


교육행정직 초등학교 삼석의 업무는 크게 5가지로 나뉘는 것을 알았다. 


급여, 세입, 수익자 지출, 민원, 기록물. 


엑셀 파일을 열어 일자별로 나뉘어 있는 업무를 달력에 표시하며 옮겨 적었다. 우선 8일까지 급여 마감, 세입징수보고서 결재... 글로만 보아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벽이 놓인 것 같았다. 그래도 누군가 이렇게 자세히 업무를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연이야, 준비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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